도쿄 디즈니 크리스마스에서 시간을 사랑하게 되는 이유

도쿄 디즈니 크리스마스에서 시간을 사랑하게 되는 법

by 하루담음

11월 도쿄는 아직 본격적인 겨울이라고 부르기엔 이른것 같은 기억이 든다. 거리엔 코트보다 가벼운 재킷이 많고, 하늘은 유난히 맑다. 그런데 디즈니의 문을 통과하는 순간, 계절은 단숨에 겨울로 건너뛴다. 눈 대신 반짝이는 조명과 캐럴, 그리고 조금은 들뜬 사람들의 표정이 크리스마스를 데려온다. 도쿄 디즈니 크리스마스는 그렇게, 계절보다 먼저 마음을 바꾸는 곳이다.


몇 해 전, 퍼레이드 시간을 제대로 알지 못해 사람들 사이를 헤매다 겨우 자리를 잡은 적이 있다. 발끝은 얼어붙고, 팔은 아파왔지만 음악이 흐르자 이상하게도 모든 불편이 사라졌다. 산타 모자를 쓴 미키가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아, 이래서 다들 이 자리를 포기하지 않는구나” 싶었다. 퍼레이드는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라, 기다림 끝에 얻는 작은 축제였다.


도쿄 디즈니 크리스마스의 퍼레이드 명당은 늘 바뀐다. 해마다 동선이 조금씩 달라지고, 사람들의 정보력은 점점 더 빨라진다. 하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는 건 있다. 성 앞이든, 코너 구간이든, 좋은 자리는 결국 ‘조금 일찍 도착한 사람’의 몫이라는 사실이다. 그 시간 동안 우리는 가만히 서서 크리스마스를 기다린다. 스마트폰을 내려두고, 아이의 손을 잡고, 옆 사람과 짧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퍼레이드가 끝난 뒤엔 자연스럽게 배가 고파진다. 이때 디즈니의 겨울은 또 다른 방식으로 우리를 유혹한다. 크리스마스 시즌 한정 메뉴는 유난히 색이 곱고, 이름이 길다. 눈사람을 닮은 디저트, 빨간 패키지의 치킨, 계피 향이 은은한 음료까지. 맛이 특별하다기보다, 이 계절에만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더 오래 남는다. 손에 쥔 컵에서 김이 오를 때, 비로소 겨울이 실감난다.


도쿄 디즈니 크리스마스는 효율적으로 움직일수록 덜 남는 여행이 되기도 한다. 대기 시간, 앱, 패스, 가격. 머리로만 계산하면 피곤해진다. 그래서 나는 어느 순간부터 한두 가지는 놓아두기로 했다. 모든 어트랙션을 타지 않아도 괜찮고, 모든 메뉴를 먹지 않아도 괜찮다. 대신 퍼레이드 하나, 따뜻한 음식 하나, 사진 몇 장이면 충분하다.


돌아오는 길에 문득 생각한다. 오늘 하루,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을 장면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미키가 아니라, 캐럴이 흐르던 그 공기, 옆에서 웃던 사람의 얼굴, 그리고 잠깐 멈춰 서 있던 시간일 것이다. 도쿄 디즈니 크리스마스는 그렇게, 놀이공간이 아니라 기억의 계절로 남는다. 눈이 오지 않아도, 우리는 분명 겨울을 다녀온 셈이다.



도쿄 디즈니 크리스마스,

현장에서 덜 헤매는 방법은 따로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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