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홍콩 마카오 여행 옷차림, 겨울의 경계에서 입는다

겨울의 경계에서 입는다는 것

by 하루담음

바람이 얇아지는 도시에서는, 옷차림 하나에도 마음의 온도가 묻어난다.


1월의 홍콩은 겨울이라고 부르기엔 애매하고, 가을이라고 하기엔 이미 너무 멀리 와 있었다. 햇살은 분명 따뜻한데, 그늘로 한 발짝만 들어가면 공기가 달라진다. 나는 그 미묘한 온도 차이 앞에서 매번 가방을 열었다 닫았다. 겉옷을 벗을까 말까, 지금이 그 타이밍일까를 고민하면서.


여행에서 옷은 단순히 몸을 덮는 도구가 아니라, 하루의 리듬을 조절하는 장치라는 걸 그때 알았다. 낮에는 긴팔 셔츠 하나로도 충분했지만, 해가 기울 무렵이면 얇은 자켓이 필요해졌다. 현지의 겨울은 우리나라처럼 분명하지 않아서, 준비가 부족하면 괜히 마음부터 서늘해졌다. 그날 나는 실내의 냉기에 몇 번이나 놀랐고, 숙소 바닥의 차가움에 양말을 다시 신었다.


디즈니랜드에서 하루를 보낸 날도 그랬다. 웃고 걷고 사진을 찍느라 정신없던 낮과 달리, 밤의 불꽃놀이는 생각보다 차가웠다. 사람들 사이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며, ‘조금만 더 따뜻하게 입고 올 걸’ 하고 생각했다. 여행의 후회는 늘 사소한 데서 시작된다. 그 사소함이 쌓여 하루의 기억을 바꾸기도 한다.


빅토리아 피크에서는 바람이 이야기를 끊임없이 바꿔놓았다. 도시의 불빛은 여전히 화려했지만, 체감 온도는 확연히 달랐다. 머플러를 목에 감으며 깨달았다. 여행지의 멋은 풍경이 아니라, 그 풍경을 견딜 수 있는 준비에서 완성된다는 것을. 너무 얇지도, 너무 두껍지도 않은 옷차림이 그날의 야경을 끝까지 바라보게 해주었다.


마카오의 호텔 안에서는 또 다른 겨울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깥의 햇살과 달리 실내는 늘 서늘했고, 가디건 하나가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다. 화려한 공간일수록 체온은 쉽게 빠져나갔다. 그 안에서 나는 조금 단정한 옷차림으로 나 자신을 정리했다. 여행지에서도 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돌아보면 1월의 홍콩과 마카오는 ‘겹쳐 입는 계절’이었다. 날씨도, 감정도, 하루의 장면들도 여러 겹으로 겹쳐져 있었다. 그 사이에서 나는 옷을 입고 벗으며 나에게 맞는 온도를 찾아갔다. 여행은 결국 풍경보다 나를 더 자주 들여다보게 만든다. 어떤 날씨에도 너무 무리하지 않게, 조금 여유를 남기는 방식으로.


그래서 다음번 여행 가방에는 여전히 얇은 옷들이 여러 벌 들어갈 것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 그때그때 조절할 수 있는 여백 같은 것들. 겨울의 경계에 서 있는 도시에서는, 그렇게 입는 게 가장 잘 어울린다.



겨울의 경계에서

이 도시에선 왜 옷을 여러 겹 입게 되는지, 그 이유를 적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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