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무게를 견디는 옷차림
장가계의 겨울은, 아름답다는 말보다 먼저 몸으로 느껴진다.
1월의 장가계에 도착한 날, 풍경은 분명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안개 사이로 솟은 봉우리와 그 위에 내려앉은 눈은 숨이 멎을 만큼 고요했다. 하지만 그 고요함 속에는 분명한 온도가 있었다. 공기는 축축했고, 추위는 생각보다 깊게 스며들었다. 사진으로만 보던 설경은 그날 나에게 ‘견뎌야 하는 풍경’이 되었다.
한국보다 덜 춥다는 말은 숫자에만 해당했다. 실제로는 바람이 옷의 틈을 파고들고, 습기가 몸에 눌러 붙었다. 계단을 오를 때는 땀이 나는데, 잠시 멈춰 서면 금세 식어버렸다. 그때 깨달았다. 장가계의 겨울에서는 따뜻함보다 ‘지속’이 중요하다는 것을. 한 번 버티는 옷이 아니라, 계속 움직일 수 있는 옷이 필요했다.
겹쳐 입은 옷들은 그날의 리듬을 조절해주었다. 안쪽의 얇은 온기, 중간의 공기층, 바깥에서 바람을 막아주는 단단한 외투. 그 구조 덕분에 나는 풍경 앞에서 오래 머물 수 있었다. 옷이 부족했다면, 아마 눈앞의 장관을 서둘러 지나쳤을 것이다. 장가계의 절경은 체온을 지킨 사람에게만 허락되는 시간 같았다.
가장 힘들었던 건 밤이었다. 해가 지고 나면 추위는 더 무겁게 내려앉았다. 호텔 방 안에서도 외투를 벗지 못한 채, 잠옷 위에 무언가를 더 걸쳐야 했다. 그 순간, 여행은 낭만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걸 실감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불편함 덕분에 기억은 더 또렷해졌다. 손끝이 시리던 순간, 숨이 하얗게 흩어지던 장면까지 함께 남았다.
장가계의 겨울은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정직하다. 준비한 만큼만 보여주고, 버틴 만큼만 선물한다. 옷차림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태도에 가깝다. 무리하지 않되, 가볍게 보지 않는 것. 그 균형이 이 여행을 끝까지 데려간다.
돌아와 생각해보면, 내가 입었던 건 옷이 아니라 각오에 가까웠다. 추위를 이기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추위와 함께 걷겠다는 선택. 1월의 장가계는 그렇게 나에게 풍경을 남겼다. 그리고 그 풍경은, 준비된 몸에서 가장 오래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