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제주도 여행 옷차림을 고민하며 알게 된 체감 온도

바람의 섬에서 옷을 고른다는 것

by 하루담음

제주에서의 겨울은, 기온보다 먼저 바람이 말을 건다.


1월의 제주는 숫자로 보면 그리 차갑지 않다. 영상의 온도, 서울보다 조금 따뜻하다는 설명도 틀리지 않다. 하지만 공항 문을 나서는 순간 알게 된다. 이곳의 겨울은 체온이 아니라 방향을 가진다는 걸. 바람은 옆에서, 때로는 정면에서 몸을 밀어붙이며 옷차림을 시험한다.


처음 제주 겨울을 만났을 때 나는 늘 입던 패딩을 그대로 입고 왔다.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해안도로를 걷는 몇 분 만에 생각이 바뀌었다. 옷은 두꺼웠지만, 바람은 더 집요했다. 그날 이후로 제주에서의 옷차림은 ‘두께’보다 ‘막아주는 힘’이라는 걸 배웠다.


낮의 제주는 또 다르다. 햇살 아래에서는 외투를 벗고 싶어진다. 카페 창가에 앉아 있으면 겨울이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로 빛이 따뜻하다. 하지만 해가 기울면 상황은 단번에 바뀐다. 방금 전까지의 온기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다시 옷을 여미게 된다. 그래서 이 섬에서는 늘 입고 벗을 수 있는 옷이 필요하다. 단정한 레이어드, 쉽게 조절할 수 있는 여백 같은 것들.


여행 중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순간은 성산 근처에서 맞이한 이른 아침이었다. 아직 해가 오르지 않은 시간, 바다는 고요했지만 공기는 날카로웠다. 그때 목을 감싸준 머플러 하나가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다. 사진보다 먼저 기억에 남은 건, 그 추위를 견디던 몸의 감각이었다.


제주의 겨울은 유난히 솔직하다. 숨기지 않고, 포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옷차림도 솔직해야 한다. 멋을 내기 위해 무리한 옷보다는, 오래 걷고 오래 바라볼 수 있는 옷이 필요하다. 바람을 막아주고, 몸을 조용히 지켜주는 것들. 그렇게 입었을 때 비로소 풍경이 온전히 들어온다.


여행이 끝나고 돌아보면, 내가 제주에서 가장 잘 챙긴 건 옷이 아니라 감각이었다. 추위를 억지로 참지 않고, 상황에 맞게 조절하는 법. 바람이 강하면 여미고, 햇살이 좋으면 풀어내는 태도. 1월의 제주가 가르쳐준 건, 겨울을 대하는 하나의 방식이었다.


그래서 다음번에도 나는 이 섬에 갈 때 조금 여유 있는 옷을 챙길 것이다. 완벽한 차림이 아니라, 변하는 날씨에 맞춰 나를 조정할 수 있는 옷. 바람의 섬에서는, 그렇게 입는 게 가장 자연스럽다.



여행의 감각

풍경보다 오래 남은 건, 그날의 옷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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