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강원도 여행지에서 겨울이 나를 정리해주었다

눈이 말을 걸어오던 계절

by 하루담음

1월의 강원도는 늘 조금 늦게 마음을 연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바로 반겨주지 않고, 한 겹의 외투를 더 입히고서야 풍경을 내어준다. 그 느린 환대가 나는 좋았다. 겨울은 늘 그렇듯, 다가오지 말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천천히 보라는 뜻이었으니까.


기차 창밖으로 보이던 풍경은 점점 말수가 줄어들었다. 나무는 잎을 내려놓고, 산은 색을 비워냈다. 대신 눈이 모든 자리를 차분히 채웠다. 그 풍경을 바라보며 문득, 내가 너무 많은 말을 하며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명하려 애쓰고, 증명하려 서두르느라 정작 느끼는 일에는 소홀했던 시간들 말이다.


바닷가에 섰을 때, 겨울 바다는 여름보다 훨씬 정직했다. 파도는 낮았고, 색은 단순했다.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치자 괜히 웃음이 났다. 이곳에서는 괜찮은 척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같았다. 추우면 춥다고 말해도 되고, 외로우면 잠시 고개를 숙여도 되는 자리. 강릉의 겨울 바다는 그렇게 사람을 솔직하게 만들었다.


산으로 들어가자 소리는 더 사라졌다. 눈을 밟는 발자국 소리만이 내가 여기 있다는 증거처럼 남았다. 흰 길 위를 걸으며 생각했다. 비워낸다는 건 잃는 게 아니라, 다른 것을 들이기 위한 준비일지도 모른다고. 평창의 설경은 그 사실을 말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여행의 끝자락에서야 알게 됐다. 이번 1월의 강원도 여행은 어디를 다녀왔느냐보다, 무엇을 덜어냈느냐가 더 중요했다는 걸. 급한 마음, 필요 없는 기대, 스스로에게 씌운 역할들. 눈은 모든 것을 똑같이 덮어주었고, 나는 그 아래에서 잠시 가벼워졌다.


돌아오는 길에도 풍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보는 눈은 조금 달라져 있었다. 겨울은 끝나면 사라질 계절이 아니라, 마음에 남아 오래 쓰이는 감각이라는 걸 알게 됐으니까. 1월의 강원도는 그렇게, 말없이 나를 정리해주었다. 오래 두고 생각할 수 있도록.



1월 강원도 여행 추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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