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 맛집 리스트 ,줄 서도 후회 없는 겨울 한 끼

삿포로에서는 줄의 길이가 맛의 예고편이 된다

by 하루담음

눈이 내리는 거리에서 가장 따뜻한 곳은, 의외로 사람들 사이였다.


삿포로 맛집 리스트를 펼치기 전엔 ‘줄 서는 식당’이 그저 유명세의 증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겨울의 삿포로에서 줄은 하나의 풍경이었다. 스스키노 골목의 라멘집 앞, 김이 새어 나오는 문틈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말없이 체온을 나눴다.


진한 미소라멘 국물 위에 버터가 녹아내리는 장면은, 추위를 설득하는 방식이었고. 징기스칸 불판 위에서 양고기와 채소가 지글거릴 때는 “이 도시가 왜 고칼로리를 사랑하는지” 단번에 이해됐다. 기다림은 불편이 아니라, 기대를 데우는 시간이었다.


아침엔 니조시장으로 향했다. 카이센동 위에 연어알이 톡톡 터질 때, 눈송이보다 먼저 깨지는 건 피곤함이었다. 여행이란 결국 ‘어떤 맛으로 하루를 시작할지’ 정하는 일이기도 하다. 중앙 도매시장과 니조시장의 차이를 따져가며, 나에게 맞는 속도를 고르는 일도 포함해서.


낮에는 오도리 공원 근처에서 스프카레 한 그릇으로 몸을 깨우고, 저녁엔 맥주박물관의 붉은 벽돌을 스쳐 지나 ‘삿포로 클래식’의 차가운 목 넘김으로 하루를 접었다. 밤이 되면 파르페를 찾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도 자연스럽게 달콤한 마무리를 배웠다. 술 다음엔 해장국이 아니라, 디저트로 하루를 정리하는 도시라니—생각보다 그 방식이 다정했다.


오타루로 잠깐 빠져 운하 옆에서 초밥을 먹고, 르타오의 치즈케이크 같은 달콤함을 한입 베어 물면 여행은 정보에서 감정으로 변한다. 삿포로의 ‘찐 로컬’은 화려한 간판이 아니라 재료의 회전율, 단정한 맛, 그리고 다시 찾는 사람들의 습관 속에 있었다.


그래서 나는 TOP 10을 외우기보다, 내 몸이 좋아하는 리듬을 기록했다. 줄이 길면 한 번 쉬어가고, 한 끼는 가성비로 비워두고, 정말 중요한 한 끼에만 마음을 쏟는 방식으로. 그렇게 먹다 보면, 여행은 배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마음의 빈칸을 맞추는 일이 된다.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삿포로에서 맛집은 목적지가 아니라 방향이었다. 누군가의 추천이 내 하루를 대신 결정해주진 못하지만, 내가 무엇에 설레는지는 또렷하게 보여준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뜨거운 그릇을 들고 있던 순간들, 말없이 줄을 서며 배우던 기다림의 온도, 그리고 마지막에 남는 건 결국 ‘맛’이 아니라 ‘그때의 나’였다. 다음에 또 이 도시에 오게 된다면, 나는 아마 같은 줄에 다시 서 있을 것이다. 익숙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시 선명해지기 위해서.



나만 알고싶었던 삿포르 맛집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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