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초의 전쟁, 그 끝에 닿고 싶은 그리움에 대하여
일 년에 딱 두 번, 우리는 고향으로 향하는 길을 열기 위해 기꺼이 새벽의 참전 용사가 된다.
새해 달력을 넘기자마자 가장 먼저 동그라미를 치는 날짜는 설 연휴가 아니다. 바로 그 연휴를 가능하게 만드는 ‘D-day’, 기차표 예매일이다. 30년 가까이 글을 쓰고 밥벌이를 해왔지만, 명절 기차표 예매 순간만큼은 여전히 갓 입사한 신입사원처럼 심장이 뛴다.
모니터 오른쪽 하단에 띄워둔 서버 시간 알림창, '네이비즘' 시계의 초침이 58분, 59분을 넘어가는 그 짧은 찰나는 영겁처럼 느껴진다. 2026년 설 예매가 시작되는 1월 19일의 아침 공기도 분명 차갑고 팽팽할 것이다. 이 긴장감은 단순히 표를 구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고단한 일상을 잠시 멈추고, 나를 기다리는 이들에게 닿고 싶은 간절함의 무게다.
수많은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며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다. 예매 성공률 200%라는 거창한 수식어 뒤에는 사실 치밀한 ‘준비’라는 정성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운이 좋아서 표를 구한 적은 거의 없었다. 성공했던 모든 순간은 철저한 계산의 결과였다. 미리 코레일 멤버십 로그인을 확인하고, 자주 가는 경로를 저장해 두는 것은 기본이다.
PC와 모바일, 두 개의 창을 열어두고 가족들과 역할을 분담하는 모습은 흡사 작전 회의를 방불케 한다. 누군가는 1순위 시간대를, 누군가는 혹시 모를 2순위를 노린다. 1월 21일 경부선 예매 날, 0.1초의 차이로 ‘매진’과 ‘좌석 선택’이 갈리는 그 냉정한 승부처에서 승리하는 비결은, 결국 얼마나 이 과정을 귀찮아하지 않고 성실히 준비했느냐에 달려 있다.
이토록 우리가 기차표에 필사적인 이유는 명확하다. 꽉 막힌 고속도로 위에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기엔, 고향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너무나 짧고 귀하기 때문이다. 예매와 결제가 분리된 시스템이 처음엔 낯설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그 ‘틈’이 다행스럽다.
급하게 누르다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숨 고를 시간을 주기 때문이다. 5호차 중앙 좌석이 승차감이 좋다는 사소한 팁을 기억해 두었다가 부모님 표를 끊어드릴 때의 그 뿌듯함. 취소표가 풀리는 새벽 2시에 눈을 비비며 새로고침을 누르는 그 수고러움. 이 모든 과정은 결국 ‘사랑’이라는 단어의 다른 형태일지도 모른다. 기술적인 팁과 전략으로 무장했지만, 그 본질은 사람을 향해 있다.
올해 설에도 수많은 이들이 모니터 앞에서 마른침을 삼킬 것이다. 누군가는 환호하고 누군가는 아쉬움에 다음 차편을 검색하겠지만, 고향으로 가려는 그 마음만큼은 모두가 승자다. 부디 당신의 손끝이 0.1초의 행운을 잡기를, 그리하여 그토록 그리던 얼굴들을 가장 편안한 모습으로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란다. 빈 좌석 하나가 주는 안도감이 당신의 귀성길을 따뜻하게 데워줄 것이다.
2026 설 연휴, 편안한 귀성길을 위한 코레일 공략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