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떠나보낸 자리, 그 빈틈을 파고드는 밤
모두가 잠든 새벽 2시, 짙은 어둠 속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모니터 화면을 응시하며 나는 2026년 설 연휴라는 거대한 벽을 마주하고 있다.
명절 기차표 예매 전쟁, 그 1차전에서 패배한 이들이 모이는 곳은 언제나 '취소표'라는 이름의 패자부활전이다. 매년 반복되는 일이지만 30년 가까이 글을 쓰며 마감을 지키던 그 집요함과는 또 다른 종류의 끈기가 필요한 순간이다. 사람들은 흔히 속도전이라 말하지만, 사실 취소표를 잡는 일은 속도보다는 기다림과 관찰의 영역에 가깝다.
예약 대기를 걸어두고, 알람이 울리기만을 기다리거나, 시스템의 정산이 이루어지는 새벽 시간대를 노려 끊임없이 새로고침을 누르는 행위. 그것은 흡사 낚시꾼이 입질을 기다리는 고요한 인내와 닮아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나는 차가운 커피 한 잔을 옆에 두고, 누군가가 사정상 놓아버린 그 한 장의 표를 줍기 위해 밤을 지새운다.
단순히 고향에 가기 위한 수단이라기엔, 이 과정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결은 꽤 복잡하다. 화면 위 '매진'이라는 두 글자가 '예약 가능'으로 바뀌는 그 찰나의 순간,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클릭해야 하는 긴장감은 일상의 권태를 잠시 잊게 만든다.
특히 새벽 2시에서 4시 사이, 시스템이 미결제 표를 정리하여 우수수 쏟아내는 시간은 기이한 희열마저 준다. 남들이 포기하고 잠자리에 든 시간, 깨어있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취소표'라는 단어는 누군가의 포기나 변경을 의미하지만, 그것을 잡으려는 나에게는 간절한 기회이자 희망이 된다. 타인의 사정이 나의 행운으로 치환되는 아이러니한 생태계 속에서, 나는 기어코 서울발 부산행 티켓 한 장을 손에 쥐고야 만다.
그렇게 확보한 표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이 한 장의 종이, 혹은 모바일 속 QR 코드가 뭐라고 우리는 이토록 애를 쓰는가. 결국은 '닿고 싶음' 때문이다. 꽉 막힌 고속도로 위에서 시간을 버리는 대신, 조금이라도 더 빨리, 더 편안한 모습으로 그리운 얼굴들을 마주하고 싶은 마음. 취소표를 잡는 기술이나 새벽 시간대 공략법 같은 실용적인 정보들은 결국 그 마음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누군가가 내려놓은 자리를 내가 채우고, 그 자리에 앉아 창밖의 풍경을 보며 고향으로 향할 때 비로소 안도감은 완성된다.
비록 예매 시작일에 당당히 성공하진 못했더라도, 남들이 버린 빈틈을 비집고 들어가 쟁취한 이 자리는 묘하게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
새벽 3시가 넘어서야 예매 내역을 확인하고 컴퓨터 전원을 끈다. 윙윙거리던 팬 소리가 멈추고 방 안에는 다시 적막이 흐른다. 2026년의 시작, 설 연휴를 위한 준비는 이렇게 소란스럽지만 조용하게 마무리된다. 어쩌면 우리네 삶도 이와 같지 않을까. 처음부터 완벽하게 내 자리가 보장된 길은 많지 않다.
남들이 지나간 자리, 혹은 비워둔 틈을 부지런히 살피고 기다리다 보면, 늦게라도 내가 앉을 자리는 반드시 나타나기 마련이다. 창밖은 여전히 어둡지만, 내 마음속에는 이미 기차의 기적 소리가 울리고 있다. 그거면 충분하다.
매진된 화면 앞에서도 당황하지 마세요. 누군가의 포기가 당신의 기회가 되는 순간, 그 빈틈을 파고드는 노하우를 공유합니다." [취소표 잡는 확실한 패턴 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