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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제웅 Mar 31. 2022

불편한 직장인의 아무 생각

말 그대로 아무 생각

 예전처럼 공무원이 인기가 없다고 한다. 유튜브 영상으로 요약된 MBC 뉴스의 보도이다. 그 이유는 현재 MZ세대의 생각과 기성세대의 생각이 많이 충돌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혹자는 MZ세대를 M세대와 Z세대를 나누지 않고 묶는 것도 불편함을 느낀다고 했다.


 어른들과의 식사가 불편하다. 물론 나도 그렇다. 내가 아직 어른이 아니어서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어령 선생님의 생전 인터뷰를 보고서는 아니었다. 인터뷰어들이 꽤나 즐거워 보인다. 예의 치레인 줄 모르지만 말이다. 그의 책 역시 구절마다 심금을 울리는 말이다. 어른들이라고 다 불편한 건 아니었다. 불편한 사람이 불편한 것이었다. 소년의 마음을 가진 선생님은 늘 사람을 편히 하는 기질이 있으신 게 분명하다.


 '요즘 젊은이들은 공장에서 일도 안 하려고 해, 힘든 일이면 질색을 해'라고 말하는 어른들이 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도 공감한다. 공장에서 나도 일 안 하려고 했고, 힘든 일이면 질색하는 게 맞기 때문이다. 편하게 일하고 싶다. 얼른 집에 가서 책 읽고 싶다. 회식자리에 좀 안 불렀으면 좋겠다.




 이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다. 누군가 내 꿈을 묻는다면 세차장 사장님이 되고 싶다. 현장에서 오퍼레이터로 지난 3년간 일을 하며 여름에는 현기증으로 머리가 핑 돌기도 하고 겨울에는 덜덜 떨면서 보온장갑을 끼고 업무를 했다. 추억 보정이 아니고 재밌다. 실제로 등에 땀 흘리고 일하는 게 꽤 재밌었다. 자동으로 헬스가 되는 건 덤이다. 컴퓨터 앞에서 이메일 양식을 고민하는 것보다 훨씬 재밌다.


 방수되는 축구복 같은 반바지 반팔을 입고 고압으로 차를 닦아주고 싶다. 쏴-하면서 깨끗해지는 모습을 다른 사람 영상으로 접하자니 얼마나 뿌듯하던지. 너무 재밌는 일 같다. 물론 힘든 일이란 걸 알고 있다.




 우리가 직장인이 되기 전 직장인을 상상하면 대개는 광화문, 여의도, 강남의 어느 큰 빌딩에서 사원증을 매고 스타벅스 커피를 든 모습을 상상한다. 대개 직장인은 그렇지도 않고 그게 상상한 만큼 멋있는 줄도 모르겠다. 마냥 피곤해 보인다. 꼭 넣은 바지 안 셔츠를 빼내 주고 싶다. 얼마나 불편할까. 해방시켜주고 싶다.


 현대인의 불행은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서 온다고 했다. 그 해결책은 내가 현실을 이상까지 끌어올리거나, 이상을 현실까지 내리는 방법이 아닐까. 근데 이상이 괜히 이상인가. 플라톤의 이상은 이데아,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현실을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면 무한대의 에너지가 필요할 것이다. 택배박스를 100층 빌딩 위로 올리는 상상이 든다. 생각과 동시에 피로하다.


 불행과 불편은 다르지만 무언가 만족하지 못한다는 감정은 같다. 불행은 택배박스를 지구 밖으로 던지지 못한다는 사실에서 온다. 불편은 왜 내가 택배박스를 던져야 하는데? 의문을 갖는데서 온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들에 의문을 품고 있진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에겐 싸이월드 시절의 쿨병의 내재가 필요하다. 그 사람이 뭐라고 해? 응 신경 안 써 I  DONT CARE 정신이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것. 이기적이지 않은 선에서 내 자유를 꾸준히 주장하고 보호하는 것이다. 


 도가 지나치면 이기주의자가 된다. 쿨병이 쿨암(cancer)이 된다. 팃폿탯전략이 일상이 돼야 한다. 상대가 호의를 베풀면 나도 호의를 베풀고, 그들이 쌀쌀맞게 굴면 나도 쌀쌀맞게 굴어야 하지 않을까. 매일을 쌀쌀맞게 쌈닭으로 살면 콜로세움의 기사가 되는 게 아닐까. 죄지은 것도 없는데 모두의 구경거리가 되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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