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18일 토요일
<똥강아지와 런던이>
런던이는 평소에 6시에 일어난다. 아무 일정이 없는 날은 알람을 꺼 두고 8시 정도에 일어난다.
오늘은 겨울방학 시작이라 알람 없이 8시까지 재울 생각이었다. 그런데 런던이가 일어날 시간인 6시가 지났는데도 일어나지 않으니 우리 집 똥강아지 (첼시, 7살 여자 푸들)가 궁금했나 보다. 첼시는 런던이의 머리맡에 앉아 런던이의 얼굴을 빤히 내려다보며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빤히 보는 시선이 따가웠는지 잠시 후 런던이가 잠에서 깼다. 런던이가 짜증 날 법도 한데 자기를 내려다보는 얼굴이 귀여웠는지 짜증 내지 않았다. 다행이다. 오히려 이런 식으로 깨워줄 때가 행복하단다.
이 이야기만 보면 둘이 죽고 못 사는 것 같지만. 그건 아니다. 둘의 관계는 언제나 런던이의 일방적인 짝사랑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런던이가 늦잠 자는 날은 좀 다르다.
나도 무슨 이유로 런던이가 일어나기를 기다리는지 모르겠다. 일어나도 같이 노는 일이 없는데 말이다.
뭐, 어쨌든 나는 둘이 언제나 이렇게 사이가 좋았으면 한다.
귀여운 우리 아가들 엄마가 많이 사랑해.
<되찾고 싶었던 엉뚱함>
요즘 아무 생각 없이 그림을 그린다.
그림에 어떤 의미도 담지 않고 이야기도 담지 않았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헛소리를 해도 상관 없어 가볍다. 그림으로 성공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사라져서 그런 것 같다.
그래. 적당히 살자.
머리 안 감았다고 모자로 가라앉히는 런던이 처럼.
<나무가 좋은 아이>
집에만 있으면 모두 게으른 하루를 보낼 것 같아서 점심 식사 후 동네 숲으로 산책을 갔다. 날이 적당히 쌀쌀했다. 걸으면 조금 더울 정도로 적당한 날씨였다.
온 식구가 산책을 나온 지 오랜만이었다. 주말이면 무슨 이유가 꼭 하나씩 생겨 다들 바빴다.
동네 숲은 꽤 크고 정돈되지 않은 매력이 있다. 그래서 그런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숲에는 울창한 나무가 많다. 런던이는 달리 이 숲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가지 많고 적당한 크기의 나무가 많아서 좋아한다.
가지가 많고 적당한 크기의 나무는 런던이가 올라가기 알맞다. 학교 근처에 있는 굵고 커다란 나무들도 좋아하지만 숲 속에 있는 나무는 그 나름의 매력이 또 있다.
런던이는 나무 꼭대기에 올라가며 느끼는 희열을 좋아한다. 그리고 나무마다 다르게 나있는 가지를 순서대로 잡고 딛어 올라가는 과정을 좋아한다. 문제해결을 하는 데 성취감을 느끼는 것 같다.
이런 경험을 통해서 문제해결 능력과 마음의 힘을 키우기를 바란다.
<무서운 책 시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서점이 하나 있다. 그리고 그곳을 런던이가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역사나 오늘도 산책을 마치고 들렀다.
나는 방학 동안 읽을 책이, 런던이는 새 코믹북이 목적이었다.
코믹북을 고르는 건 쉽고 빠르다. 재미있어 보이면 그걸로 된거다. 그런데 소설책은 다르다. 재미있어 보이지만 글밥이 좀 많거나 내용이 어려울 것 같으면 고민을 좀 해야 하기때문이다. 이 책 저 책 들추어보며 고민을 하더니 무서운 책이 읽고 싶다 했다. 요즘 조금 용감해졌다고 한번 읽어보고 싶었나보다.
그래서 한참을 찾았지만 무서운 귀신 이야기는 찾지 못하고 미스테리 소설책 시리즈를 찾았다. 나열되어 있는 게 요즘 인기 많은 책 같아 보였다. 아이는 시리즈 중 첫 번째 책으로 보이는 걸 골랐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런던이는 책갈피도 잊지 않는다.
런던이에게는 책을 사면서 책갈피를 고르는 건 또다른 즐거움인 것 같다.
책도 있으니 겨울방학을 즐겁고 재미나게 지내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