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가 되니 엘리자벳 컬이 되더라
초등학교 6학년부터 갑자기 잔머리 곱슬이 심해졌다. 습하면 지저분하게 고불고불 올라오는 머리카락 때문에 나는 비 오거나 더운 날이 가장 싫었다. 중고등학교 때는 매 달 스트레이트 매직 파마를 했지만 어쩌다 파마를 할 시기를 놓치면 다시 돌아오는 잔머리 때문에 결국에는 고데기를 하나 장만해야 했다.
그런데 그렇게 매일 머리를 펴대니 머릿결이 좋을 리가 없었고 상한 머릿결 때문에 오히려 더 지저분하게만 보였다.
10대를 흑역사로 보내고 20대가 되었는데. 20대의 어느 날은 고데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생겼다. 안해도 되는 텀이 점점 자주 왔고 그 기간이 길어졌다. 30대가 되어서는 샤워 후 머리를 말리기만 하고 외출을 해도 깔끔해 보였다. 그런데 이것보다 더 놀라웠던 건 비 오는 날 스멀스멀 올라오던 머리카락이 얌전하다는 거다.
사춘기 때는 뭘 해도 마음 불안했던 것처럼 나의 곱슬머리도 지랄이었지만, 30대 중반인 지금은 어느 때보다 용감하고 차분한 게 꼭 엘리자벳 컬을 가진 나의 머리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