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이불 속, 나는 나를 잃었다

감정이 정지된 나, 이불 속에서 조용히 사라지고 싶었다

by 밍밍

내 무기력증은
침대와 나를 하나로 연결시켜버렸다.


움직일 힘은 없었지만,
침대는 그 자체로 나에게 가장 편안한 공간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침대에 누워 재밌는 영상이라도 틀 테지만,
나는 시체처럼 누워서
그저 가만히, 하루 종일 그 자리에 있었다.


잠들고, 깨고,
다시 잠들고, 또 깨어났다.
그게 하루의 전부였다.


무기력증이 정말 무서운 이유는
감정이 점점 무뎌진다는 것이다.


'생기'라는 건 나와 점점 멀어지고 있었고,
내 마음속엔 회색 잿빛만이 남아있었다.


모든 세상이 회색으로 보였다.


"왜 먹어야 하지?"
"왜 움직여야 하지?"
"왜 생각해야 하지?"


그리고,
"왜 살아야 하지?"


이런 질문조차
점점 무기력하게 느껴졌다.


침대 위에서만이
그나마 조금 편했다.


가족들은
나를 억지로라도 움직이게 하려 했고,
그 시간들이 너무 싫었다.


나는 그저,
혼자 있고 싶었다.


물이든 음식이든 아무것도 마시지 않은 채,
그냥 이렇게
서서히 죽어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죄책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가족을 생각해서라도 움직여야 한다는 마음조차
나에겐 없었다.


이기적인 생각뿐이었다.

"내가 왜 그들을 위해 살아야 하지?"
"왜 움직여야 하지?"
"왜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거지?"


이젠
나 자신도, 가족도,
미워할 힘조차 없었다.


나는 그저 이불 속에서
동면한 동물처럼 가만히 있고 싶었다.


무기력은 단순한 게으름이 아니다.
그건 감정이 완전히 정지된 상태다.


나는 우울한 것보다
이 감정이 더 무섭다.


왜냐하면,
‘살아야겠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기 때문이다.


절실함도 없고,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도 없고,
‘나를 살려야 한다’는 본능조차 사라져버리는…


그게 바로 무기력이라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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