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일상이 나를 다시 살게 했다
무너진 일상 위에서, 나는 다시 살아보기로 했다.
밥을 먹고, 씻고, 약을 챙겨 먹는 일.
너무 당연해서 잊고 있었던 그 사소한 일들이
나를 다시 ‘살게’ 했다.
이건 완벽한 회복의 이야기가 아니라,
살아가는 연습을 시작한 사람의 기록이다.
자살예방센터 상담 직원이 내게 말했다.
“일상으로 먼저 돌아가보자고요.”
왜 그 말이 그렇게 힘이 되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어쩌면 내 일상이 그만큼 무너져 있었기 때문일지도.
‘이 무너진 몸과 하루를 다시 챙기면,
예전의 나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런 희미한 희망이 마음 한 켠에서 피어올랐다.
그래서 나는 ‘일상으로 돌아가는 연습’을 시작했다.
가장 시급했던 건 식사였다.
소화가 안 되어 힘들던 몸은
밥 한 끼를 제대로 먹는 것도 버거운 상태였다.
그래서 식사 시간을 여섯 번으로 나누고,
꼭 먹어야 할 ‘주식시간’을 정해두었다.
주식 시간엔 무조건 조금이라도 먹기,
그리고 꼭꼭 씹어먹기.
작은 약속을 정하고, 하나씩 실천해갔다.
밥을 먹으니 에너지가 조금 생겼다.
그러자 몸을 움직이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오랜만에 씻고, 화장을 시도했다.
하루 종일 울어 부었던 얼굴이
씻고, 살짝 화장을 얹자
어느새 그럴싸한 얼굴이 되어 있었다.
거울을 보며,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정말 오랜만의 미소였다.
강원도에 있는 작은 병원이었다.
입소문을 듣고 찾아간 곳이었는데
예상보다 꽤 믿음직스러웠다.
예전에 심리검사 받자는 제안엔
“힘들어서 못 하겠어요”라며 거절했던 내가,
이번엔 용기 내어 검사를 해냈다.
문항이 많아 중간에 포기하고 싶었지만,
‘혹시 우울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 희망 하나로 끝까지 마쳤다.
의사는 나이가 있는 남자 선생님이었다.
나는 내 상황을 최대한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어릴 적부터 자살 생각이 있었고,
3번의 자살 시도,
강제 입원 경험까지 있는 사람이라고.
그래야 나에게 맞는 약을
조금이라도 빨리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선생님은 깊이 들여다보며 경청해주셨고,
나와 함께 약을 찾아가는 과정이 될 거라 말했다.
"언제 괜찮아질지, 나도 아직은 모르겠어요."
그 말은 잠깐 절망이었지만,
그래도 새로운 약을 시도한다는 사실 자체에
작은 안도감을 느꼈다.
요즘 나는 매일 이렇게 되뇐다.
“오늘 하루만 산다고 생각하자.”
미래는 걱정하지 않고,
과거는 후회하지 않으려고 한다.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
오늘 내가 해낸 일.
그걸로 충분하다고 믿는다.
제시간에 밥을 먹고,
씻고, 약을 챙겨 먹는 일.
그 작은 습관들이
내 삶을 다시 움직이게 만들었다.
예전엔 몰랐던 것들.
이토록 작고 하찮아 보이던 일상이
사실은 나를 살리는 거대한 힘이었다는 걸
이제는, 정말로 안다.
아직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매일 한 끼씩, 한 번씩 웃으면서,
나는 조금씩 살아가고 있다.
살아간다는 건 어쩌면,
오늘 하루만 살아내기로 결심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살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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