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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미와 감성, 정서가 고스란히

영화 '자산어보'

by 영화파파 은파파

대중적으로 비교적 생소한 역사적 인물, 정약전을 다루다.

과연 '이준익' 감독다운 선택이다. 비주류의 이야기를 줄곧 다루던 '이준익' 감독의 이번 선택은 대중적으로 유명한 '정약용'이 아닌 그의 형, '정약전'이다. 역사를 좋아하는 필자도 비교적 생소한 인물이다. 그렇다면 혹시 영화 '자산어보'는 '정약전'을 다루는 이야기일까? 영화를 본 후 개인이 아닌 '정약전'과 '창대'라는 인물의 우정에 집중했다는 것을 느꼈다. 그 우정은 동양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이며, 그 표현 또한 동양적인 미와 정서가 풍부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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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랑거리는 바람처럼, 흔들리는 갈대처럼 유연하고 힘을 뺀 연기.

'정약전' 역을 맡아 '설경구' 배우는 고즈넉한 선비의 모습으로 캐릭터를 완성한다. 물론 신유박해라는 사건으로 인해 유배가 된 인물이기 때문에 체념과 같은 감정으로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는 '정약전'에게서 체념이란 감정을 초월하여 그 위에 남는 여유로움을 느꼈다. 때로는 살랑거리는 바람처럼, 그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힘을 뺀 모습에서 느껴지는 연기의 힘은 가히 놀랍다. 또한, 배우가 가진 특유의 능청스러움은 캐릭터의 매력을 높여주고 영화 '자산어보'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효과를 가진다. 얼핏 지루하게 흘러갈 수 있는 극의 흐름에 재미까지 더해주는 '설경구' 배우의 유연한 연기력을 볼 수 있는 영화 '자산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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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돌적이며 뜨겁게 다가오는 캐릭터 '창대'.

무지하지만 바다에 대한 지식은 풍부한 인물 '창대' 역을 맡아 열연한다. 하지만 배움의 열정이 있고, '정약전'을 만남으로써 변해가는 과정을 다채롭게 그려낸다. 때로는 저돌적이며 뜨겁게 다가오고, 때로는 냉철한 면모를 보이기도 하는 '창대'는 '정약전'과 대조적인 모습으로 인해 캐릭터의 매력이 배가된다. 얼핏 현시대의 여느 청년과 같은 모습은 관객으로 하여금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는 힘을 지닌다. 게다가 처음에는 불같은 청년의 모습에서 점차 학식이 쌓여가자 물처럼 차분해져 가는 변화의 과정은 캐릭터의 다채로운 매력과 함께 영화의 깊이를 더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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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적인 연출로 이뤄내는 조화.

영화 '자산어보'의 큰 특징이라면 흑백의 화면일 것이다. 과연 흑백을 선택함으로써 영화적으로 얻을 수 있는 점은 무엇일까? 필자는 동양적인 미를 추구하면서 그 시대의 감성을 더욱 풍부하게 해주는 효과를 얻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흑백으로 그려내는 그 시대의 인간이 가지는 조화를 보다 서정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흑백의 선택이 늘 이런 효과를 가져온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영화 '자산어보'에서는 흑백의 선택이 최선의 선택이자 최고의 결과를 불러왔다고 생각한다. 동양의 감성을 진하게 담은 한 폭의 흑백화처럼, 고즈넉한 여유가 담긴 산수화처럼 영화 '자산어보'는 동양의 미와 감성이 풍부하게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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