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쩔수가없다'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배우 '이병헌'을 중심으로 '실직'과 '재취업'이란 소재를 가지고 펼치는 '블랙코미디' 장르의 영화다. 여기에 '박찬욱' 감독의 개성이 가미되어 '박찬욱'스러운 영화가 탄생한다. 하지만, 첫인상은 의외로 '박찬욱' 감독의 색깔을 걷어낸 느낌이었다. '드디어 박찬욱 감독이 대중과 타협을 하는 것인가?'라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박찬욱' 감독은 줄곧 인터뷰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영화는 대중 영화, 상업 영화라고 표명한 적이 있다. 데뷔작부터 지금의 '어쩔수가없다'까지를 살펴보면 이번 영화가 가장 대중적으로 비치지 않나 싶다. 본인이 가진 이번 영화 '어쩔수가없다'를 대하는 시선과 철학을 보기 쉽게,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 느낌이다. 그 안에는 역대 '박찬욱' 감독의 영화 중에서 가장 폭넓은 유머가 담겨있고, 진중한 분위기보다는 비교적 가벼운 톤으로 영화가 전개되어 친근한 느낌을 준다. 배우들의 연기도 흥미롭다. 디테일하기로 유명한 '박찬욱' 감독의 지도를 받은 배우들이 다른 작품에서 보여주지 못한 느낌의 연기를 선보인다. 개성 넘치는 연기도 눈에 띄지만, 그 개성이 어느 하나 튀지 않고 시너지를 이룬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여기에 '박찬욱' 감독의 감각적인 미장센이 돋보이며, 그의 섬세함은 이번 영화에서도 강점이다. 그리고 영화가 다루고 있는 이야기는 시대를 관통하는 힘을 지녔다. '박찬욱' 감독의 연출,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적 합, 그리고 영화가 다루고 있는 이야기를 통해 영화 '어쩔수가없다'를 다뤄본다.
영화 '어쩔수가없다'에서 '박찬욱' 감독의 능력은 빛을 발한다. 특히, 그가 가진 섬세함과 감각적인 미장센은 이번 영화에서도 돋보인다. 첫째로 인상적인 부분은 카메라의 구도와 교차편집 등의 연출이었다. 독특한 카메라의 구도는 인물들을 전지적인 시점에서 바라보게 하는 느낌을 선사한다. 또한, 극 중 인물들의 희화와 연민, 조소와 동정 등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교차편집의 연출은 극의 긴장과 재미를 공존하게 하는 효과를 낳는다. 연출로는 긴장을, 그 상황으로는 재미를 발생시켜 그 두 가지를 적절히 교차한다. 둘째로 철저하게 계산된 미장센이다. 각 인물들의 공간, 환경, 복장 등을 통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그 외에도 미장센의 색채, 화면의 구도 등의 연출은 너무 어렵지 않게 다가옴으로써 영화의 지향점은 대중 영화라는 것을 확실히 한다. 그리고 상황을 비추는 모습도 서늘한 시선과 함께 역설적으로 아름답게 비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역시나 '박찬욱' 감독이었다. 그의 디테일은 이번 영화에서도 어김없이 빛을 발한다.
가장 많은 분량을 지닌 '이병헌' 배우를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모든 작품에서 그의 영향력은 대단하지만, 특히 이번 영화 '어쩔수가없다'에서도 그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장르를 우회하는 연기력과 능숙한 코미디 연기, 거기에 섬세한 감정 표현까지 극에 달했다. 모든 부분에서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이병헌' 배우는 이번 영화에서 어느 가정의 가장 '만수'의 모습을 단계적으로 심화시키며 표현하고 있다. 여기에 혼자만 돋보이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배우들과 합도 매우 훌륭하며 극의 몰입감을 높이고 있다. '손예진' 배우는 개인적으로 의외에 캐스팅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번 영화에 적절히 녹아든 모습을 보고 점점 연기적으로 훌륭한 배우가 되어감을 느꼈다. '이병헌' 배우와 호흡이 극의 윤활유 같은 역할을 수행하며 영화의 재미를 부여한다. '이성민' 배우와 '염혜란' 배우는 신 스틸러의 역할을 자처하는 느낌이다. 짧은 분량이지만 극에서 주요한 역할이기도 하며, 매우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이외에도 '박희순', '차승원' 배우도 나름의 존재감을 발산하며 캐릭터 간의 앙상블을 보여주고, 극의 활력을 불어넣는다.
단순한 소재를 극적으로 풀어냄과 동시에 기시감을 피하고, 색다름을 부여한다. 단순히 실직자의 비극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대 사회가 가지고 있는 불안과 경쟁으로 인한 불만을 조명한다. 이는 이번 영화 '어쩔수가없다'를 통해 영화적 재미와 감정적인 공감을 동반한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실직을 통해 개인의 실존과 생존이 불투명해진 상황을 통해 사투를 벌이는 '만수'의 모습을 보고 감정적인 이입이 발생한다. 사회 구조적인 위기가 개인의 몰락으로 이어지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비추고 있다. 게다가 경쟁 사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비춘다. 여기서 '어쩔수가없다' 라는 제목이 가진 힘이 있다. 실직의 통보에도 어쩔 수가 없고, 재취업이란 치열한 상황에서도 어쩔 수가 없는 모든 상황에 적용될 수 있는 문구다. 제목과 이야기의 적절한 조화도 이번 영화의 힘이다. 장르적인 색채에 약간은 가릴 수 있지만,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묵직하고 힘 있는 이야기를 가진 영화임에 틀림없다.
* 평점 : 4.0 (강력 추천)
* 한 줄 평 : 사회를 향한 희화와 연민, 조소와 동정, 모든 것이 어쩔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