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트루먼의 사랑'
외로움에서 시작되는 특별한 사랑의 이야기
'트루먼'이란 존재의 설정과 함께 영화 '트루먼의 사랑'은 독특한 여주인공과 무기력해 보이는 남주인공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영화적 설정 자체가 쉬운 설정은 아니지만, 극의 흐름을 방해하지는 않는다. 여주인공은 자신을 '트루먼'이라고 주장하며, 정형화된 사회 속에서 부적응을 보이곤 한다. 하지만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을 다르게 보는 본인을 '트루먼'이라고 주장하며, 그 홀로된 외로움을 극복하고자 노력한다. 반면에, 남주인공은 햄버거집 점장으로 일상 속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삶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자신이 '트루먼'이란 사실을 알게 되며, 여주인공과 함께 일종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극이 전개된다. 여기서 우리는 '트루먼이란 어떤 존재이며, 어떤 설정을 지닌 것일까?'라는 생각을 가져본다. '김덕중' 감독은 현대인의 외로움에서 시작된 영화라고 밝혔다. 기본적으로 현대인에게 깔린 감정은 외로움, 거기서 파생되는 이상한 발상의 사랑과 연결고리를 찾으려는 마음이 '트루먼의 사랑'에 비친다. 여기에 '트루먼' 이란 나 자신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트루먼이란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일까?'라는 생각을 영화를 보는 내내 하게 된다. 인간의 내면 중 외로움에 집중하는 영화다. 외로움에서 비롯되는 감정이 자신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일까? 아니면, 외로움에서 시작된 나의 행동들로 인한 타인의 시선이 나를 '트루먼'으로 만드는 것일까?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겨본다. 극 중 '하루하루가 구분되지 않고, 연속적으로 이어짐에 따라 행복의 기준이 바뀌었다.'는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하루란 시간을 어떤 이는 구분하고, 어떤 이는 연속적으로 대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처럼 '트루먼의 사랑'은 현대인이 가질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을 표면적으로 드러낸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외로움, 사랑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외로움에서 출발해서 파생되는 여러 감정의 가지를 각 인물들을 통해 표현한다. 극의 전개를 영화의 중심인물에 한정하지 않는 것도 인상적이다. 영화 '트루먼의 사랑'에서 흔히 말하는 빌런의 역할은 없다. 그저 여러 인물의 입장과 생각을 펼쳐놓은 느낌이다. '김덕중' 감독은 3명의 인물이 가진 사랑에 대해 표현하려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필자는 단순히 사랑뿐만 아니라 미묘하게 연결된 감정들을 수놓은 느낌이랄까. 약간은 난해할 수 있는 영화지만, 있는 그대로 보고자 하면 인상적인 영화가 될 것이다.
극에서 뉴질랜드와 한국을 대조적으로 비춘다. 뉴질랜드는 이상적인 공간으로 바라보며 '트루먼'들이 가고자 하는 곳으로 보여준다. 한국은 그저 현실이다. '트루먼'과 일반인이 공존하기 힘든 곳으로 판단하는 곳, 그들은 그런 한국을 떠나고자 한다. 하지만, 뉴질랜드로 떠난 인물의 상황은 비추지 않고, 한국에 남은 인물들의 추측으로 예상하게 한다. 그들이 바라는 이상은 꿈꾸는 것 이상으로 직접 봐야 알 수 있는 것이었을까? 영화 '트루먼의 사랑'은 필자에게 일정 부분 난해하게 다가온 영화였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좋았던 부분은 지속적인 사유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었다. 난해한 영화는 보통 이해가 어려워 그에 대한 생각을 막는데, 영화 '트루먼의 사랑'은 인물별, 상황별로, 때로는 감정적으로 질문을 던지고, 영화를 보는 내내 곱씹게 만든다. 인상적인 부분을 덧붙이자면 현악기의 음향을 통해 흡사 스릴러 장르의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그리고 공간과 빛의 정도를 조절하여 현대인의 내면을 미장센적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여주인공의 집이나 '트루먼'들이 모이는 장소, 환경 등을 보자면 마치 현대인의 감정을 은유적으로 비춘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쉽게 볼 수 있는 대중 영화로 보기는 힘들지만, 독특한 영화적 설정과 감각적이고 섬세한 연출 아래 현대인의 내면을 다룬 영화 '트루먼의 사랑'이다.
평점 : 3.5 (추천)
한 줄 평 : 외로움에서 비롯되는 관계의 갈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