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의 이름은'
헝가리 봉기 실패 이후의 모습을 그린다. 그 여파가 국민들에게 미친 모습을 한 소년의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영화를 처음 보고 인상적인 것은 최근 와이드 한 화면 비율을 채택하는 영화계의 트렌드와 다르게 1.37 : 1의 비율인 느낌이었다. 정확한 비율의 값은 모르지만 최근 트렌드를 비껴가는 선택의 이유가 무엇일지 영화를 보는 내내 생각해 본다. 우선, 영화는 한 소년의 시선으로 시작한다. 친한 소꿉친구가 있고, 그녀와 함께 그저 소년의 모습으로 영화는 전개된다. 하지만, 헝가리 봉기 실패는 소년에게 삶의 변화를 초래한다. 우선, 엄마와 관계에서 미묘한 불편함을 갖게 된다. 이는 생활의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불편함이지만 엄마와 둘이 살고 있는 소년에게 관계에서 불편함이 발생한다. 그리고 아버지를 기다리는 소년에게 친부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등장하며 그 갈등은 더욱 심화된다. 단순한 가정사가 아닌 국가적인 상황과 자연스레 연결되어 소년의 아픔은 보다 크게 다가온다. 또한, 친구의 오빠와 관련된 상황에서 문제가 생기며 소년은 감당하기 힘든 상황을 맞이한다. 크게 3가지로 나눠 관계를 통한 부담은 소년을 더욱 독자적인 존재로 몰아세운다. 의지할 곳은 실존의 여부를 모르는 아버지뿐이다. 게다가 영화 '나의 이름은'이 더욱 인상적인 부분은 소년이 겪는 모든 상황을 온전히 소년의 시선으로 고정해서 전개한다는 점이다. 국가적인 전쟁의 폐해를 큰 틀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단위, 어린이의 시선으로 접근한 점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아마도 그 당시 모든 소년, 소녀들이 감당해야 할 모습을 비추고 싶었던 걸까? 어린아이의 내면을 섬세하고 담백하게 표현한 것도 인상적이었고, 그를 통해 전해지는 씁쓸한 아픔은 더욱 공감되었다.
소년은 아버지가 돌아올 것이란 믿음과 함께 강인한 모습으로 엄마와 살아간다. 단짝 친구와 관계도 좋다. 하지만, 몰랐던 친부의 등장으로 소년은 정체성이 흔들리고, 내면의 갈등과 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그럼에도 소년은 아빠의 성(이름)을 통해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한다. 소년에게 아빠의 성(이름)을 이어받은 자신의 이름이 소년에게는 존재의 이유다. 그를 살아가게 하는 생명력이다. 소년에게 정체성은 그만큼 중요했지만, 그것이 흔들리며 방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여느 소년, 소녀들이 경험할 수 있는 모습으로 매우 현실적이며, 그 모습들을 통해 전해지는 감정적인 여운은 상당하다. 역사의 아픔을 소년의 시간과 시선으로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영화 '나의 이름은'이다.
여기서 소년의 연기는 매우 훌륭하다. 소년성과 저항을 함께 표현하며, '라즐로 네메스' 감독은 그의 연기를 담백하게 카메라에 담았다. 특히, 지속적으로 저항하고 반항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눈빛과 표정에 집중한 듯한 모습은 극의 몰입도를 자아내기 충분했다. 어린 나이, 그리고 소년이 주인공인 원톱 영화로써 낯선 배우가 영화의 중심을 잡을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이는 섣부른 판단이었다. 극의 몰입도는 상당했다. 장르가 성장 드라마인 만큼 진부한 모습이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소년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상황을 발생시킴으로 드라마틱 함을 부여한다. 그 모든 상황을 소년의 기준으로 쫓아간다. 그에 대한 반응과 감정도 소년이 기준이다.
전쟁이란 특정 상황에 대한 폐해를 온전히 소년의 시간과 시선으로 써 내려가는 영화 '나의 이름은'은 전체적으로 담백하다. 군더더기가 없고, 어느 하나 튀는 부분이 없는 이 영화는 영화가 가진 이야기에 대한 존중을 갖고 있다. 이야기에 집중하고 세부적인 상황을 조명하며 영화에 대한 설득을 높인다. 이 영화가 화려하고, 장르적인 색채를 더했다면 이야기가 두드러지지 않았을 것이다. 서사를 존중하고, 소년을 심판의 위치에 두며 그 아픔을 극대화하려는 '라즐로 네메스' 감독이 의도가 적중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