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녀'
영화 '그녀(her)' 개봉 당시 극장에서 관람했다. 신선함에 놀랐고 기존 로맨스 영화에서 경험하기 힘들었던 색다른 애잔함을 느끼며 한 번 더 놀랐다. 그리고 배우 '호아킨 피닉스'와 '스칼렛 요한슨'은 대면하는 장면이 없다. '스칼렛 요한슨'은 목소리만 출연하기 때문이다. 감정을 주고받을 로맨스 영화에서 직접적인 대면이 없이 서사가 진행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생겼지만 차분하고 설득력이 높은 전개는 그 의문을 사라지게 한다. 근 미래를 배경으로 한 영화 '그녀'는 외로움과 고립감을 기본으로 한 작품이다. 주인공 '테오도르'를 중심으로 소통이 말라가는 사회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거기에 AI '사만다'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통해 질문한다. AI '사만다'와 대화, 관계를 통해 인간관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감정의 교류를 살펴보고, 관객들에게 사유의 화두를 던진다. 과연, '사랑의 본질은 무엇일까?', '상대가 나에게 맞춰지는 것, 또는 내가 상대에게 맞춰가는 것' 등의 주제로 관객들은 깊은 고뇌의 시간을 갖게 된다. 게다가 영화 내의 모든 과정을 포근하고 따뜻한 영상감으로 담아 관객들을 품어주는 느낌을 선사한다. 개인적으로 마음의 파도가 일렁이던 시기에 그 파도가 사그러드는 신기한 경험을 했던 작품이었다. 주목할 부분은 영화를 담은 연출, '호아킨 피닉스'와 '스칼렛 요한슨'의 뛰어난 연기, 그리고 이야기와 영화가 지닌 주제 의식이다. 이 3가지를 중점적으로 다뤄 영화 '그녀'를 살펴본다.
화면에서 보이는 색채감이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준다. 화면을 통해 비추는 모든 색상이 짙은 색감보다 비교적 옅고 부드럽게 드러난다. 이는 영화의 주인공 '테오도르'가 인공지능 운영체제 '사만다'를 만나면서 얻는 심리적 안정감과 사랑의 설렘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사람이 아닌 AI와 사랑을 설득하는 주요한 장치가 된다. 관객이 영화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이야기에 힘을 더하게 된다. 색채뿐만 아니라 시각적 편안함을 주는 조도(빛의 양)까지 '테오도르'의 감정을 부각시킨다. 보다 넓은 시각으로 영화를 본다면 차가운 인간관계에서 사랑이란 감정이 인간에게 귀하고 소중한 것인지를 다시금 조명하는 연출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영화의 미장센으로 이어진다. 영상의 색채감과 조도 등의 요소뿐만 아니라 AI '사만다'의 디자인, 근 미래를 비추는 디자인, 인물의 의상 등 모든 시각적인 요소가 '테오도르'와 '사만다'의 관계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영화 '그녀'의 미장센은 감정적이며, 주요 인물들의 내면을 함께 다루고 있다. 필자가 영화를 관람했을 당시, 내면에 일렁이던 파도가 잔잔해지는 묘한 경험을 했다. 이는 '스파이크 존즈' 감독이 의도한 연출이 필자에게 적중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는 필자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필자와 같은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배우 '호아킨 피닉스'의 한계는 어디일까? 그가 영화 '그녀'를 통해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근 미래의 대필 작가인 '테오도르' 역을 맡아 인물의 내면과 AI '사만다'와 관계를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그린다. 대체로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던 전작들과 다르게 차분하고, 연약하며, 때로는 감정적으로 폭발하는 한 인간의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테오도르'가 지닌 외로움은 한편으로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와 유사한 지점이 있다. 사람과 소통이 적어지고, 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하면서 내면에 잠재된 외로움이 증폭되어 결핍을 느끼는 '테오도르', 그는 우리와 매우 닮았다. 그러던 중 AI '사만다'를 통해 마음의 평안을 누리고, 사랑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는 대부분의 사람이 관계된 상대에게 기대하는 모습으로 투영된다. '테오도르'가 AI '사만다'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은 무척이나 자연스럽고, 놀랍도록 현실적이다. 소재가 비현실적일 뿐, 소재를 통해 조명하는 인간의 감정에 대해 솔직한 영화 '그녀'다. 자연스럽고, 현실적이며, 솔직한 부분이 설득되는 원인은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와 더불어 목소리로 함께한 '스칼렛 요한슨'에게도 있다. 목소리만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목소리에 상당한 흡입력으로 인해 영화에 대한 몰입도가 상승한다. '호아킨 피닉스'와 '스칼렛 요한슨'의 조화가 영화 '그녀'를 더욱 빛나게 한다.
영화 '그녀(her)'를 보고 필자는 마음의 파도가 잔잔해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영화가 따뜻함을 품었고 포근함을 지녔기 때문일까? 아니면 현대인이 가진 공허함과 외로움을 영화 '그녀(her)'가 짚어준 것일까? 이 여운은 개인마다 다를 것이다. 이것이 영화의 마법인가. 영화를 통해 따뜻함과 포근함, 마음의 잔잔함을 경험하고 싶은 분께 추천하는 영화다. 여러분에게 다른 로맨스 영화와 차별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영화라고 생각한다. AI '사만다'와 인간 '테오도르'의 사랑을 통해 이 영화는 현대인의 가장 원초적인 감정을 조명한다. 그것은 '외로움'. 소통과 감정적인 교류의 부족으로 AI에게 위로를 얻고, 사랑을 틔운 '테오도르'의 모습을 그저 아름답게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그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테오도르'를 통해 우리는 자신과 사회를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를 갖는다. 특히, 그 과정은 우리의 외로움을 포용하듯 마음을 따뜻하게 만진다. 이에 원인은 역시나 영화의 가장 기본이 되는 서사에 있다. 단순히 흘러가는 이야기 그 이상으로 내포된 함축적인 의미가 인간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향하며 관객에게 깊은 여운과 자신을 돌아보는 사유의 시간을 갖게 한다.
* 평점 : 5.0 (완벽)
* 한 줄 평 : 마음의 파도가 사그러드는 경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