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 대하여

연재칼럼-23

by 오숙하

2월 한 달 동안 지속했던 9가지 루틴이 있다. 3월이 되어서는 조금 수정했지만 대부분은 지속하려고 하는 중이다.


1. 매일 짧은 칼럼을 블로그에 포스팅하기


2. 바이올린 연습 1분 (하지만 대부분 5분 이상은 하게 된다. 바이올린을 손에 쥐는 것까지가 힘들지 그 이후에는 쉽다)


3. 풀업바에 1분 매달리기 (아주 조금 수월해진 감각은 있지만 여전히 1분을 버틴다는 것은 꽤 힘들다)


4. 차 한잔 마시기 (차 한잔을 끓이고, 우려내고, 기다리고, 마시는 동안 여유로움을 느끼고 싶었다)


5. 일기 1줄 쓰기 (하지만 대부분은 두세 줄은 쓰게 된다)


6. 나 사용설명서 쓰기 (나에 대해서 알게 된 점을 하나씩 쓴다. 새롭게 의식하게 된 습관이나 취향을 기록한다)


7. 한 줄 소설 (단편 소설을 쓰고 싶은데 도저히 안 써져서 그냥 하루에 한 줄만 쓰기로 했더니 두세 줄 정도 쓰게 된다)


8. 얼굴에 팩 하기 (집에 팩이 여러 개 있는데 다 소진하기 위해서 열심히 쓰고 있다)


9. 성경구절 1절 필사 (주로 영어로 한 구절만 또박또박 예쁜 글씨로 정성을 들여서 쓰고 그 의미를 생각해 본다)



이 모든 것을 12시 전에 다 하려니 24시간이 모자란다. 추가로 일주일에 5-6번은 30분 정도 조깅을 하고, 일주일에 3번 화, 목, 토요일에는 배틀로프를 15분 정도 하기 시작했다. 요즘에는 요령이 생겨서 동선을 생각해서 여러 가지를 묶어서 해치운다. 해치운다라는 표현이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 것을 보니 부담이 되긴 하나보다. 하지만 9개 다 내가 평소에 늘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일들이었기에, 아주 짧게나마 할 수 있어서 좋다. 생각만 하고 미뤄둔 일이 많을수록 머릿속 어딘가 거미줄이 여기저기 쳐진 어두운 창고에 정리되지 않은 짐들이 쌓여있는 느낌이라 찜찜하기가 그지없다. 대충이라도 매일 하고 있으니 속이 시원하달까?



새해가 되면 목표 세우는 것을 좋아해서 오오타니의 만다라트 계획도 몇 년 동안 세워보기도 했는데, 인생의 방향성과, 욕망들을 정리하는 데는 도움이 됐지만 1년 내내 수많은 목표들을 다 기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딱 하나의 목표만 세운적도 있었는데, 달성여부를 떠나서, 열심히 살지 않은 느낌이 아쉬웠다.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다가, 한 달에 한두 가지 목표를 세워서 달성해 보기 시작했고, 그게 쌓여서 일주일이나 한 달 단위로 단기 목표를 세워서 달성하기 시작한 것이 이번에는 사상 최대로 9가지가 되었다. 또 그걸 예상외로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연속해서 달성해내고 있다. 물론 고작 한 달 내내 이 작은 과제들을 수행한다고 해서 눈에 띄는 큰 변화는 없다. 내 글쓰기 실력은 아직도 고만고만하고, 내 팔 근육은 1분 동안 내 체중을 간신히 버텨낼 뿐 시각적인 변화는 없다. 피부는 그대로이고, 바이올린 실력도 일취월장할 리가 없다. 하지만 최소한 내 목표가 무엇인지는 기억을 하고, 나와의 약속을 지키는 연습을 되풀이 함으로써 나 자신의 신뢰를 얻고 있다. 어랏, 나 약속 잘 지키는 사람이었네. 한다면 하는 사람이었구나. 나 생각보다 괜찮은 인간이었네. 나 자신이 점점 믿음직스러워진다. 자신에게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것, 그게 바로 자신감이고, 난 지난 23일 동안 그걸 매일동안 촘촘히 쌓아가고 있다. 솔직히 9개의 루틴을 365일 다 지켜갈 자신은 아직 생기지 않고 있다. 앞으로 새롭게 시도해보고 싶은 목표들도 있는데, 그것들을 포함시키려면 지금까지의 목표 중에서 몇 가지는 빼야 한다. 얼굴 팩은 팩을 다 쓰는 그날까지만 하면 될 테니 괜찮고, 차를 마시는 것도 이제는 습관이 된 것 같아서 일부러 루틴에 포함시키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작은 목표들이 나의 하루하루를 꽉 채워주고 있어서, 불안해하거나 자기 연민에 빠질 시간이 없는 것도 큰 장점이다. 오직 오늘 하루를 충만하게 사는 것에 집중하게 해 준다. 이렇게 살다가 문득 나 자신을 되돌아봤을 때 어떤 모습으로 변해있을지 궁금하다. 기분 좋은 서프라이즈가 기다리고 있길 소망해 본다.



image.png 나노바나나가 몇 초만에 만들어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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