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24
무슨 이유인지 최근 몇 주간 지인들과 학생들로부터 정성이 담긴 선물들을 계속 받고 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예쁜 그림을 그려서 주기고 하고, 자기 장난감이나 귀여운 스티커도 준다. 직장 동료에게는 무슨 날도 아닌데 예쁜 귀걸이를 선물 받았고, 교회 지인분에게는 평소에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십자가 목걸이와 예쁜 그릇을 선물 받았다. 다들 너무도 감사하고 소중한 마음들이라 사진을 찍고 오래 기억하려고 한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것은 음식 선물이었다. 전에 잠시 가르쳤지만 반을 옮겨서 지금은 다른 반인 학생이 갑자기 자기 점심으로 햄버거를 사면서 내 것도 사서 가져온 것이다. 우리 반이 아니니 평소에 볼 일이 없지만 쉬는 시간에 내가 교실에 있으면 찾아와서 질문을 하거나 수다를 떨다가 가는 학생이었다. 고맙게 먹었는데 그 후로 이틀 더 햄버거를 가지고 왔다. 나는 다이어트해서 괜찮다고, 성장기인 네가 더 먹으라고 지금까지는 고마웠는데 더 안 가져와도 된다고 했는데, 그다음에는 어머니가 만든 음식을 집에서 가져와서 내게 맛을 보여줬다. 너무 맛있고 고마웠는데 왜 그럴까 의아했지만 깊게 생각해보지 않고 흘려보냈다. 그러다가 며칠이 지난 어제, 심각한 표정으로 내 교실에 찾아왔다. 기운이 없는 표정이었는데 고민이 있다며 내게 털어놓았다. 내가 해결해 줄 수 없는 영역의 고민이어서 상담 선생님과 연결시켜 주긴 했는데,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안타까웠다. 그런 일이 있고 나서 오늘에서야 지금까지의 음식 선물의 의미를 조금 알 것 같았다. 그 학생이 의식적으로 그랬는지 아니면 무의식적인 행동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마음의 짐을 나누기 전에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현한 게 아니었을까? 아니면 음식을 나누고 친밀함을 느끼는 과정에서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아야겠다는 결심이 섰던 걸까? 그 학생이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나에게는 마음의 부채가 생겼다.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해 줘도, 그 여린 마음이 받은 상처가 잘 아물도록, 그리고 이 일을 통해서 더 강해지도록 옆에서 지켜봐 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려 한다. 그게 내가 느끼는 고마움을 표현하는 최선의 방법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