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1
언제부터인가 막연히 칼럼니스트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지니며 살고 있다. 누군가 나에게 원고 청탁을 하면, 마감에 맞춰서 원고를 끝내고, 완성된 원고를 보내고, 필요하면 약간의 첨삭을 하는 과정을 정기적으로 얼마간의 기간 동안 지속해보고 싶었다. 물론 원고료를 받는 재미도 있겠지만, 누군가가 나의 글을 기다려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 좋아하는 가수나 배우의 다음 작품이 기대되고, 새 작품이 나오면 반갑게 작품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잘 알고 있다. 그 작은 즐거움을 내가 생산해내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나에게 원고 청탁이 들어올 턱이 없다. 내가 나서서 '저에게 원고 청탁 좀 해주실래요?'라고 물어보면서 찾아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내가 어떤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고 유명해지면 누군가가 나에게 글을 부탁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현재로서는 유명해질 계획이나 가능성이 전무해서 상황이 좀 곤란해졌다. 그러다가 문득 떠올랐다. 그냥 내가 나에게 원고청탁을 하자. 칼럼이란 게 정기적으로 글을 연재하는 것 아닌가? 잡지나 신문 같은 구조 속에서 일부분을 담당하는 코너를 보통 칼럼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살짝 선택적으로 까먹기로 하자. 검색해 보니 신문이나 잡지에서 세로로 길게 편집된 글이라 기둥을 뜻하는 영단어의 'column'이라고 불리게 되었다는 것 같다. 이제는 글을 세로로 편집하는 일은 잘 없으니 '정기적'으로 의견을 연재하는 글을 뜻한다고 봐도 될 것 같다. 근데 또 아니면 어떤가. 나도 좀 돼보자. 칼럼니스트.
어릴 적에 매달 달력을 찢어 넘겼던 추억 때문일까? 매달의 첫날이 주는 설렘을 원동력으로 월간 목표를 설정하기를 좋아한다. 이번 달의 목표는 매일 칼럼을 연재하는 것이다. 원고 마감은 매일 밤 11시 59분이다. 원고의 청탁자도 나고, 필자도 나고, 원고를 독촉할 편집자도 나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고, 원고료도 없다. 하지만 정기적으로, 한 주제에 관한 정리된 의견을 글로 쓰고, 인터넷의 바다에 띄워 보낸다. 얼추 칼럼니스트의 자격 요건에 부합하는 것 같다. 그런데 주제는 뭘로 하지? 내가 흥미롭게 읽었던 칼럼들의 주제는 꽤 자유로웠고, 무릎을 탁 치게 하거나, 사고의 전환을 유도하는 내용이 많았다. 내가 그런 높은 수준의 글을 쓰는 멋진 칼럼리스트가 되겠다는 욕심을 부리기에는 너무 이른 감이 있지만,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쓸 자신은 있다. 단 하나의 분야만을 깊게 파고들 자신이 없어서이기도 하다. 아무튼 나는 오늘부터 칼럼니스트인 걸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