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성공은 일에 대한 애착이라기보다 천부적 재능과 끊이지 않는 열정이 최고의 가치를 만들어낸 성과이다.
무언가에 심취할 수 있다는 것은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좋아한다는 개념 이상의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영혼의 교감이 어떤 대상과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술의 장르를 장식하는 최고의 작품은 전문가의 관점이 아니더라도 모든 이의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혼이 있고 언어로 표현하기 부족한 천재적 감각이 작품 속에서 살아 숨쉬기 마련이다.
어떤 장르이던 예술은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작업이고 수많은 창작의 결과로 고통을 통해 완성된 작품이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되면 예술적 가치와 함께 경제적 가치도 창출한다.
그런 이유로 예술은 절대 가볍지 않은 진중한 격조와 평범을 거부하는 고귀한 가치가 있어야 하며 순수 예술로서 형식과 전문성은 오랜 기간의 교육과 연마 과정을 거쳐야 한다.
천부적 재능은 원석과 같은 것이고 연마의 과정이란 교육이므로 가공하지 않은 예술은 탄생하지 않는다.
과거 형식과 사조에 구애받지 않는 작품이 인정받지 못했던 이유는 전수되지 않은 개성만이 강조되었기 때문이며 작가만의 독창성이 인기를 얻는다 해도 인기란 상업적으로 연결되는 경제 가치를 말하는 것이므로 예술의 전문적 영역과는 차원이 다른 개념이 인기이다.
그러나 예술은 시대와 함께 변모하였고 상류사회에서 대중 속으로 전파되면서 두터운 장르의 벽은 허물어졌으며 전통적 가치는 또 다른 색채를 입기 시작했다.
장르를 초월한 인기와 함께 등장한 대중예술은 격식과 전통을 뒤로하고 대중의 감성을 저격했다.
사랑과 일상을 주제로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대중예술이 파급되면서 저속하고 천박하다는 비난도 많았지만 인생의 희로애락을 직접 표현하는 대중 예술은 쉽게 공감이 가능했기 때문에 클래식보다 빠르게 대중 속으로 전파되었다.
대중예술의 부흥과 함께 구전으로 전래되던 흑인들의 음악이 재즈라는 장르로 정착되기 시작할 즈음 정치, 경제적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 현대(modern)라 지칭하는 예술은 초기, 중기, 후기로 나뉘던 시대적 고전 예술의 양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변화는 준비된 공간에서 관객을 위한 공연과 전시에 한정되었던 예술이 세상 밖으로 나와 새로운 생명을 갖게 된 것으로 예술이 대중의 생활 속으로 자리를 잡은 사실을 의미한다.
대중 예술이 경제적 가치를 갖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특정 계층의 소유물이었던 클래식은 귀족과 상류층에게만 거래되던 예술 상품인데 반해 대중 예술의 고객은 말 그대로 대다수의 대중과 군중이었고 고급문화로 포장되었던 장막이 걷히면서 클래식과는 비교할 수 없는 대규모의 애호가가 양산되었기 때문이다.
인기가 높은 예술가는 스타가 되고 부와 명성을 얻으면서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은 예술은 대중과 함께 변모하며 성장했다.
예술이 문화로 정착되면서 시대적 사회상이 반영되었고 과학의 발전으로 예술을 가정에서 즐길 수 있는 과학 매체가 탄생했다.
축음기와 카메라의 등장은 현대 매스미디어의 불씨가 되었고 오디오와 TV에 이어 고음질, 고화질을 생생하게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예술을 직접 경험하기 위한 공연과 전시는 시장을 형성하며 예술 산업으로 진화했고 거대한 부를 쌓는 문화산업으로 발전했다.
대가의 작품이나 연주는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었으며 고가의 미술품은 고전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한 장르로 보석보다 큰 가치를 갖는 부의 상징이 되었다.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작업은 산업으로 성장했고 고객에 취향에 따라 세대별 특성을 표현한 예술이 인기를 끌었고 장르별 음악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르네상스 이후 전통을 거부하는 미술로 인식되는 현대미술은 20세기 후반 강렬한 원색과 대담한 필체로 작가의 개성이 강조되었고 반 예술적, 반 윤리적 성격을 그려낸 작품이 많았다.
기존의 미학에서 탈피하고 다양한 양식으로 표현의 자유를 나타냈으며 프랑스의 앵포르멜(informel) 미술은 즉흥적 행위 예술과 강렬한 표현을 중시하는 서정적 추상을 강조하며 기존 기하학적 추상과는 대립되는 작품 세계를 펼쳐냈다.
이 시기에 미국의 최초 전위 예술로 일컫는 액션 페인팅(action painting)은 형식상 앵포르멜과 동일하게 행위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초현실 자아를 표현하는 미술로 추상표현주의를 액션 페인팅으로 그려낸다.
흔히 볼 수 있는 빈민가의 낙서가 그래피티(Graffiti)라는 예술의 장르로 부활한 작품을 프랑스의 앵포르멜 미술의 영역으로 말할 수 있으며 뉴욕 액션 프린팅은 미국 추상표현주의의 선구적 역할과 함께 이후 팝아트와 같은 현대미술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돌고 도는 것이 유행이고 사회의 변화에 민감한 게 문화인 까닭에 예술은 잊혔다 다시 살아나는 특징을 갖게 된다.
유행과 인기가 대중예술을 만들지만 시대와 유행을 초월한 두터운 팬들은 팬덤 문화를 형성했고 팬텀은 상업예술을 기업으로 성장시키며 스타를 부호로 만들었으며 매스미디어의 발달은 대중의 정서를 주도하는 시대에 이르렀다.
1980년대 칼라 TV의 등장으로 듣는 음악에서 보고 듣는 음악으로 바뀐 음악 문화는 뮤직 비디오 시대를 열었다.
보고 듣고 함께 춤을 출 수 있는 음악이 사랑을 받았고 칼라 TV가 대중화되면서 최초의 대형 흑인 스타 마이클 잭슨이 팝의 황제로 등극한다.
인종차별의 벽에 갇혀있던 뮤지션이 1981년 미국에서 개국한 24시간 방송하는 음악 프로그램 MTV에 최초로 출연하고 대중음악 전문지 Rolling stone 지에 최초의 흑인 모델로 표지를 장식한 사실은 백인들의 전유물이었던 서양의 음악계의 변화를 선포한 것으로 흑인 스타의 등장은 획기적인 역사의 변화였으며 대중예술의 장벽을 무너트리는 서막을 여는 사건이었다.
20세기에는 스타와 팬이 공연장을 통해 교류하고 TV와 라디오가 대중문화를 접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였으며 한 명의 스타가 대중을 사로잡았던 시기였고 인기의 수명은 무척이나 길었다.
그러나 21세기에 이르러 인터넷을 통한 대중의 냉혹한 평가는 음악에 대한 엄선된 질적 향상을 팬들이 요구하게 되었고 그 결과 보고 듣는 음악의 가치는 계속 진화하게 되었다.
무아지경에 빠진 바이올리니스트의 섬세한 표정을 관찰할 수 있고 대중이 원하는 콘텐츠를 유튜브를 통해 선택할 수 있으며 거리의 가수 Martin Hurkins 가 고령의 나이에도 스타로 변신이 가능한 이유 또한 인터넷을 통한 콘텐츠의 발달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하다.
20세기 근대 무용의 시조 이사도라 던컨은 "나의 무용을 이루는 세 가지 원천은 그리스의 예술과 우아한 고전음악, 니체의 철학이다."라고 말했다면 21세기의 예술은 천부적 영감과 고된 연마의 과정을 통해 탄생한 작품이 전문가들의 찬사를 받는다 해도 대중의 호평이 없다면 예술로서 가치는 인정받지 못하고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없다.
이제 놀이로 즐길 수 있는 예술을 대중이 원하는 것은 놀이가 문화로 형성된 원초적 예술의 개념을 대중이 이해한다는 사실로 문화 소비의 주체는 대중이며 문화의 주인이 대중이라는 엄연한 사실적 바탕 위에 모든 예술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즉 형식과 틀에 얽매이지 않는 표현의 자유와 아티스트의 개성이 존중되는 시대라 해도 예술의 궁극적 기능인 아름다움을 즐기려는 대다수의 욕망은 과거 고전 예술이 번영하던 시대와 변함이 없는 것으로 인기와 유행을 통한 문화 역시 질적 가치의 향상이 없다면 대중에게 어필이 불가능한 것이 현대 예술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인기 차트에 의해 대중을 사로잡는 음악과 박스 오피스 순위의 영화는 이제 세대에 관계없는 문화를 형성하고 그에 따르는 관련 산업은 거대한 경제영역으로 자리를 잡았다.
정립된 학문처럼 순수 예술의 가치를 강조한 클래식은 변함없는 고유한 고전으로 계승되어 오늘날에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대중예술 또한 시대에 맞게 진화하지 않는다면 매스미디어가 아무리 문화를 주도하고 거대한 자본이 대중의 정서를 조장한다 해도 인기와 유행만으로 현대인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예술은 존재할 수 없다.
장르를 불문하고 예술이란 인생의 희로애락을 미화한 작품이며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산소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