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된 일과는 시간이 더디기만 해도 하루하루가 겹겹이 쌓인 한 해는 무척이나 빠르게 지나갔다.
돌이켜 보면 좋은 일 보다 힘겹고 궂은일이 더 많았던 시간이지만 세월은 변함없이 흐른다.
나이가 들면서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는 연유를 성숙이라 말할 수 있지만 성숙이란 그다지 녹록한 과정은 아니다.
사노라면 자신을 돌볼 겨를이 없는 것이 우리네 모습이고 눈에 보이는 일에만 집착을 하는 것이 우리들의 일상이라 이타적일 수 없는 것은 인지상정이지만 좀처럼 여유를 가질 수 없는 삶은 만족을 모르는 자신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인생이란 굴곡진 행로이고 기쁨은 잠시 왔다가는 바람과 같지만 좋은 것은 지속될 수 없는 까닭에 슬픔과 기쁨의 오솔길을 한 발 한 발 걸어가는 것이 다름 아닌 인생이며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기 마련이다.
겨울이 가면 봄은 오지만 인생의 봄은 한번 가면 다시 오지 않는다.
바쁘게 살아도 흡족한 결실이 있어도 아쉬움은 언제나 남는 것이기에 싸늘한 이 계절의 정서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한다.
아쉬운 마감이 있기에 내일에 대한 희망은 더욱 간절할 수 있는 것이고 이맘때의 반추 또한 새해를 준비하는 적절한 감성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산다는 것은 가족이 있어도 혼자 가는 여정이며 동행이 있어도 서로 다른 개체는 융합되지 않는다.
다만 공유하는 정서가 있는 사유로 외롭지 않을 따름이다.
과거의 추억이 아름답다 하지만 아름다운 것은 회상 속의 자취이며 지나간 기억 속의 시간일 뿐이다.
소중한 과거도 오늘의 자신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며 과거의 자신은 세월과 함께 변하는 것이므로 추억이나 상처가 오늘을 만드는 자산이 되지는 않는다.
과거와 오늘이 다른 것은 공감각적 변화이자 자연의 순리이므로 변하지 않는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의 모습을 객관화 시키려 노력할 때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며 지금의 자신을 위안하는 마음이 추억을 되새기게 되는 것이고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아쉬움을 승화시키려 아픔을 추억으로 감싸는 것이다.
기쁨도 슬픔도 지나고 나면 모두 아름답다는 말은 지금 나의 시간이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을 대변하는 것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죽음을 향한 여행을 한다고 했다. 시간이 흐르는 것을 누구나 지금은 실감하지 못하는 이유로 사람들은 피상적으로 노년을 말하지만 늙는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배울 수 있는 삶의 철학이 아니다.
한없이 좋은 젊음은 지속될 것 같아도 희미하게 새겨지는 세월의 영겁을 아무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성숙이란 소멸되는 젊음을 받아들이는 단계이고 여물어 가는 시기가 아름다운 것은 완숙해지는 내면의 모습일 뿐 인생의 여정에서 중간쯤 왔을 때 세월의 진면목을 비로소 보게 되는 것이기에 나이가 든다는 것은 세상을 보는 시각이 안목이라는 가치로 변화된다는 의미이다.
잘 살고 못 사는 것은 소유의 양이 아닌 소유의 가치이며 진정한 소유는 나눌수록 늘어나는 내면의 양식이고 유형, 무형의 자산의 가치는 비교되지 않는 마음의 여유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많은 만남과 사연 속에 우리네 삶은 이어지지만 삶의 무게에 시달리노라면 타성에 젖은 자신은 변화를 두려워하게 된다.
이것은 반복되는 일상이 구조의 틀안에서 움직이는 것이므로 목적이 없는 매너리즘에 빠질 우려가 있고 편한 것에 대한 애착은 자신을 스스로 고립시키는 위험이 동반한다.
자본주의는 풍족한 세상을 만들었지만 획일화로 지구를 재단했다.
편한 게 넘치는 생활은 과유불급을 양산했으며 빈익빈 부익부 경제의 폐해 또한 자본주의의 그늘로 만들어 놓았다.
갈수록 피폐하지는 사람들의 정서는 양극화된 경제 구조의 위화감이 원인이지만 자신만을 생각하는 만연한 이기주의의 물결은 긍정의 자리마저 수몰시키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2년이 넘게 인류를 위협하고 경제는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 인공지능이 우주를 개발하는 첨단과학으로도 코로나바이러스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잘도 견뎌낸 우리들의 모습이 가상하지만 진행된 수난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들의 삶은 바뀌지 않았다. 경제가 경색돼도 업무는 진행됐으며 매출은 없어도 문은 닫지 않았고 등교는 못했지만 인터넷 강의는 그치지 않았다.
인류의 역사는 고난을 통해 새로운 장을 열었고 전쟁과 역병, 수많은 재해와 공황을 극복하며 오늘을 만들었다. 지금 우리가 감당해야 할 현실은 내일을 위한 진통이고 우리의 부모님들이 그랬듯이 좋은 세상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기 위한 힘겨운 과업이다.
꽃길만 있을 수 없는 것이 우리네 삶이기에 개인의 노력이 인생을 바꾼다면 저마다 고귀한 저력이 모여 거대한 기류를 형성할 것이고 새로운 2022년은 보다 좋은 한 해로 우리에게 다가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늘은 인간이 극복할 수 있는 고난만 주신다고 했다. 밤이 아무리 깊어도 새벽은 오듯이 앙상한 나뭇가지에 새순이 돋아날 무렵이면 우리의 세상은 달라질 것이다. 한 해 동안 힘겨운 생활을 견뎌낸 우리에게 축복을 빌며 2021년을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