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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합창 11화

크리스마스 시즌이 오면

따뜻한 크리스마스

by Paul


어느새 한 해가 떠날 채비를 하고 크리스마스가 다시 찾아왔다.

종교를 초월해 크리스마스는 인류의 가장 큰 축제의 날이다.

싸늘한 기온과 함께 언제나 찾아오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부산한 도심 속 젊은이들의 들뜬 정서가 축제 분위기를 고조하고 거리거리의 상가에서 들려오는 크리스마스 캐럴과 시내 곳곳에 대형 크리스마스트리가 가는 한 해의 아쉬움을 달래주던 연말이었다.

이젠 옛날이라 표현해도 무방한 시절에는 신자가 아니어도 교회와 성당에서 나눠주던 과자와 사탕을 받으러 교회를 찾았고 자정 미사가 끝나면 대형 가마솥에서 갓 끓여낸 해장국이나 잔치국수를 교회 마당에서 함께 나누던 정겨운 추억이 한국 교회의 성탄절 풍경이었다.

순진한 아이들은 아빠가 사다 주신 크리스마스 선물을 산타 할아버지가 주는 선물로 믿고 산타 할아버지를 만나려고 밤을 새우겠다는 착한 아이들도 드물지 않았다.

지금은 초등학교지만 국민학교 미술시간에 12월이 되면 그림을 그리고 크리스마스 카드를 직접 만들었던 추억을 기성세대 엄마, 아빠는 기억을 한다.

나눔의 의미가 깊은 성탄절은 강산이 여러 번 변하면서 고유한 정서 또한 그 색이 희미해졌다.

저작권료의 부담으로 번화가의 캐럴은 들리지 않고 구세군의 종소리도 듣기 힘들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방송사마다 주관하던 불우이웃 돕기 행사도 보기 힘들다.

자본주의란 인간의 정서마저 변질시키는 위력이 있는 까닭에 크리스마스의 전통은 사라져도 쇼핑몰마다 크리스마스 세일 행사는 명맥을 잇고 있다. 크리스마스의 본고장 서양에서는 대도시에 사는 자식도 홀리데이 시즌엔 고향을 찾아 선물을 나누고 오븐에 구운 칠면조 요리를 함께 즐기던 전통적 크리스마스를 옛날 영화에서나 보게 되면서 경제가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나라에서는 국적에 관계없이 크리스마스 정서 또한 획일화되고 있은 것은 사실이다. 가정에서 함께 하던 크리스마스 파티는 술집으로 옮겨졌으며 이맘때의 반가운 소식은 탑 브랜드 제품의 폭탄 세일이고 평소에 비싸서 못 사던 명품을 좋은 가격으로 사면 자신에게 주어지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된다.

추운 겨울 서울 도심을 화려하게 장식하던 대형 트리는 보기 힘들고 범람한 개인주의의 물결에 반짝이는 오색 불빛도 꺼져 버렸다.

고유한 축제가 소멸되는 이유는 각박한 삶의 세파가 감성까지 건조시킨 까닭이지만 메마른 정서는 결코 환경의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공동체 의식의 실종에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0세기 말에는 먹고 마시는 파티의 장으로 변색된 젊은 층의 크리스마스를 비판적 시각으로 보던 교회는 크리스천의 명절 성탄절이 방종과 일탈의 현장으로 퇴색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고 종교적 행사의 의미만을 강조하던 교회가 많았다.

상업적으로 변하는 크리스마스 행사를 부정적으로 보던 신자들도 많았지만 이제는 종교를 불문하고 연중행사의 의미마저 사라지는 크리스마스가 되었다. 전통적 교단주의의 주장 또한 들리지 않는 크리스마스는 그나마 열심한 신자들의 축복과 TV 프로그램 특집 방송이 성탄 공휴일을 말해 줄 뿐이다. 그러나 상업적 마케팅과 젊은 세대의 축제 분위기가 크리스마스를 기념한다면 종교적 의미의 크리스마스는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이며 잊혀가는 고유한 정서는 되살아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해 본다.

밸런타인데이가 성인 축일의 의미를 잊은 채 기업의 마케팅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연인에게 기쁨을 주는 날이라면 초콜릿 유통에 한몫을 하는 것도 긍정적인 일이고 크리스마스 시즌의 세일 행사에 경기가 잠시나마 좋아진다면 당연히 환영할 일이다.

코로나 펜데믹과 힘겨운 경제를 보내면서 지쳐버린 몸과 마음을 달랠 수 있는 크리스마스에 위안을 얻을 수 있다면 지구촌 축제에 공감하는 시즌이 될 것이고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낭만은 교통체증의 스트레스도 잦아들게 만들 것이다.

가족을 생각하고 한 해 동안 고마운 사람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크리스마스는 유종의 미를 실감하는 12월이 될 것이며 한국의 전통 명절이 소멸되는 시기에 맞춰 성탄절의 정서가 사라지는 오늘이 무척이나 애석한 시대이지만 가치란 찾는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고 새로운 것은 모두 전통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한 해가 가고 새해를 맞이하는 길목에 서면 아쉬움과 기대가 교차하고 마음이 숙연해지는 것은 누구나 공통적인 계절적 정서라 말할 수 있다.

우리라는 개념이 갈수록 협소해지는 세상이지만 나에서 우리로 생각이 바뀌고 가족과 연인, 친구와 함께 정겹고 따뜻한 크리스마스의 축복을 기리는 기회를 만들어 본다면 연말의 아쉬움을 위로할 수 있는 크리스마스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귀여운 자녀가 고사리 손으로 구세군 냄비에 헌금을 하고 훈훈한 나눔의 미덕을 가르치는 기회가 나눔의 의미를 어린 동심에 전달할 수 있을 것이며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기도를 드리는 시간을 가족이 함께 갖는 것도 세상을 밝히는 기초가 될 것이다.

칠면조를 대신해 프라이드치킨을 사서 가족과 함께 크리스마스이브를 즐겨도 좋고 나 홀로 가정이 외로운 사람들은 친구와 함께 삼겹살에 소주도 괜찮을 것 같다. 세일 기간에 부모님께 작은 선물이라도 보내드리면 무엇보다 따뜻한 크리스마스가 될 것이고 교회에 다녀서 제사를 안 지낸다는 젊은 부부는 일 년에 한 번이라도 크리스마스에 교회에는 가도록 하자.

시대가 아무리 변한다 해도 크리스마스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신을 기념한 거룩한 날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함께 세계의 역사는 기원전 BC(Before Chirist)에서 서기 AD(Anno Domini)로 바뀌었다.

Anno Domini는 라틴어로 '그리스도의 해'라는 뜻으로 기원후를 의미하는 세계 역사의 새로운 시작을 기록하는 것이다.

세상에 사랑을 전하는 새로운 탄생이 축복을 기리는 크리스마스이며 악이 넘쳐나는 시대의 수많은 고통과 환란도 결코 사랑의 힘을 넘어선 역사는 없었다. 크리스마스와 함께 새로운 세상은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고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협도 이 시대의 혼란도 사멸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믿음과 희망, 사랑이 없는 세상은 존재할 수 없고 예수님의 탄생 크리스마스는 사랑의 시작이자 모든 종교를 초월해 사랑은 인류에게 가장 소중하고 위대한 삶의 근원이다.

거리에 캐럴은 들리지 않아도 교회에서 성탄 성가를 불러 본다면 크리스마스의 의미는 저절로 다가올 것이고 카드를 대신해 문자로 가까운 사람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소박한 행복을 나누는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올 한 해에 감사하고 힘겹지만 일할 수 있는 오늘에 감사를 드리자.

각박한 세상을 만드는 것은 환경이 아닌 우리들의 마음이란 사실을 잊지 않는 크리스마스를 보내야 한다.

Merry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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