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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Dec 30. 2022

빈자리에 사랑을

가는 해, 오는 해

2022년 한 해가 간다.

다 써 버린 올해가 가고 새해가 오는 이 시기의 감성은 어쩌면 영하의 매서운 추위가 어울리는 것 같다.

변함없는 일상이 빨리도 흘렀지만 사연도 많았고 만남도 많았다.

좋은 일, 궂은일은 순서 없이 지나며 여기까지 무탈하게 인도해 주심에 진실한 감사의 기도를 올린다.

어제 같은 기억들이 어느새 추억 속에 묻혔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었기에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보낼 수 있었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었음에 따뜻한 마음만은 식지 않았다.

누구나 이맘때는 언제나 꼭 같은 공감각적 변화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꼭 같은 내일에 희망을 기대한다.

알게 모르게 흐르는 시간 속의 자신은 그대로인 것 같아도 시간은 우리를 변화시키고 변화 없는 인생이란 없다.

특별히 애쓰지 않아도 변화란 시간의 연속성에 대비되는 자신을 비추고 한 해를 마감하는 이 시기에 반추라는 의미로 자신을 바라보게 만든다.

그것은 의미 없이 흐르는 세월의 무상함일 수 있지만 무상한 마음은 이 시기의 감상일 뿐 시간은 우리에게 많은 사연을 남겼다.

기쁨도 슬픔도 시간 속의 의미였고 힘겨운 고통마저 시간 속의 의미였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가치 없는 것은 없듯이 시간이 우리에게 남겨 준 모든 일들도 무의미한 것은 없었다.

바쁜 세상은 의미를 찾을 새도 없이 흘러가는 것 같아도 소소한 우리네 일상이 다름 아닌 삶의 의미이며 산다는 가치는 애써 찾으려 하지 않아도 우리의 인생에 항상 존재하는 것이다.

새삼 반문할 필요가 없는 것이 인생의 가치이고 새로운 변화를 희망하는 바람이 우리가 추구하는 목적이 아닐까 여기게 된다.

잘 산다는 것은 어찌 보면 비교의 가치에서 느끼는 만족이고 더 많은 소유의 양을 바라는 것이며 유형이든 무형이든 좋은 것을 누리고 사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인간의 욕망은 한계가 없고 만족이 없다.

그것은 버리지 못하는 집착이며 무거운 짐을 지고 사는 인생이다.

시간이란 잊을 수 없는 상처도 망각의 그늘에 소멸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아무리 진귀한 것도 무용지물로 만드는 마력이 있다.

그러므로 욕망은 무한한 것 같아도 시간과 함께 사멸하는 것이며 우리는 얼마 되지 않고 소멸할 가치를 붙잡고 놓지 못하는 것이다.

누구나 그렇듯이 이 시기에 교차하는 상념은 아쉬움을 버릴 수 있는 정서를 주고 과거를 회상하며 반추하는 기회를 준다.

공허한 무상함은 정화된 자신이기에 미움도 상처도 버릴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모두 다 버리고 나면 그 자리에 새로운 것이 자리를 잡는다.

지금 이 시기에 간절한 것은 찾아올 사랑의 가치를 맞이하는 것이고 정화된 자리에 새로운 사랑을 가꾸는 작업이다.


사랑이란 감성이 아닌 현실이며 나눠도 나눠도 마르지 않는 영혼의 양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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