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매장
정년이 없는 시대이다.
학력이 좋아도 불안하고 능력이 있어도 언제 감원 명단에 오를지 알 수 없다.
자고 나면 변하는 세상은 어떤 변수가 있을지 예상할 수 없고 탄탄한 대기업도 경제의 소용돌이에서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
요즘은 오래 근무한 임원은 금년 아니면 내년에 쫓겨날 것 같다는 예상을 스스로 하는 시대이다.
설사 명퇴를 당하더라도 가장이라면 가족을 위해 살 궁리를 찾아야만 하지만 중년에 다시 취직할 업체도 없다.
이럴 때 가장 많이 선택되는 직종이 프랜차이즈 가맹점이다.
평생 월급만 받고 살다가 장사도 선뜻 내키지 않지만 남은 여생 할 일은 있어야 하기에 인지도 있는 회사의 가맹점을 알아보고 설명회부터 참석한다.
이왕이면 유명한 공인이 대표 이사이면 더욱 믿음이 가니 퇴직금에 대출을 받아 계약을 한다.
이렇게 중년에 일찍 퇴직한 아빠들이 인지도 있는 프랜차이즈의 점주가 된다.
모든 사업에 관계된 세심한 것까지 본사에서 알아서 해주니 일단 마음은 놓이고 본사 매니저가 가르쳐 준 대로 하나, 하나 따라간다.
물론 거액의 계약금과 인테리어 비용은 점주가 부담한다.
길일을 택해 친척, 지인 모두 불러 개업식을 하고 희망에 찬 첫 영업을 개시한다.
식자재와 레시피는 본사의 지시에 따르고 대표 이사의 얼굴을 간판에 걸면 '여기도 이게 생겼구나!' 하고 삼삼오오 손님이 찾는다.
매달 통장에 월급이 들어올 때와 장사로 돈을 버는 것은 무척이나 다른 기분이다.
정해진 인컴(income) 외에 자기가 한 만큼 매출이 늘어나면 신이 저절로 나고 사는 재미를 느낀다.
한 달 매출을 올리고 나면 이제 곧 대출금 갚고 금방 부자 될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TV에서 본사 CEO가 출연할 때마다 마음이 든든하다.
하지만 없던 장소에 유명 식당이 생기면 동네 사람들은 호기심에 처음엔 가지만 음식이란 만든 사람의 정성, 노하우, 날씨, 유통 과정에 따라 맛이 다를 수밖에 없고 세프의 컨디션에 따라서 맛도 같이 변하는 법이다.
물론 꼭 같은 식자재와 같은 레시피를 써도 맛은 변하기 마련이며 고객의 취향은 아주 까다로워서 다른 동네 프랜차이즈와 맛이 조금만 틀려도 손님들은 아예 발길을 끊는다.
요리를 원래 잘하는 엄마들도 많은 양의 식당 음식을 한꺼번에 조리할 경우 맛은 달라질 수 있고 본사 매니저를 불러 문제를 해결해도 한번 떠난 손님이 다시 오지는 않는다.
특히 요즘 같이 터져 나오는 본사 대표의 논란이 생기면 고객들은 '여기도 그렇구나...' 하면서 점심시간에도 그냥 지나쳐 간다.
방송이 만들어낸 요리 스타의 논란을 보자면 한두 개가 아니다.
국내 양계 농가를 살리겠다는 취지로 치킨 스테이크를 판매하면서 식재료는 브라질 닭을 사용했고 된장 원산지를 국산으로 표기했지만 중국산 콩이 들어간 제품이었으며 자체적으로 만든 햄 51,900원의 묶음을 세일 판매한다는 광고를 했으나 사실 제품 가격은 30,000원 정도였고 타사 햄에 비해 고기 함량도 적었다.
감귤 맥주는 감귤 농가를 살리기 위해 출시한 상품인데 500ml, 1캔에 감귤 착즙액이 0.1ml 함량밖에 되지 않았는데 타사 제품은 0.482~5.5ml였다.
본사 제품에 자연산 새우가 함유됐다고 했지만 양식 새우가 포함돼서 국민 심문고에 접수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축제 현장에서 농약통에 사과 주스를 넣고 음식에 분무를 하는가 하면 땡볕 트럭 위에 생돼지 고기를 방치하기도 했으며 가스 불 바로 옆에 LPG 통을 놓고 조리를 해서 소방법 위반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기도 했다.
TV 방송에서는 식자재 위생과 음식 조리에 관한 규칙을 철저히 강조하던 사람이 축제 현장에서 이와 같은 모습을 보이면 누구나 그 사람을 신뢰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런 사실은 방송을 통해 쌓아 올린 그와 그의 회사의 인지도를 그냥 내 팽개치는 행동이며 그 대표를 좋아하고 신뢰했던 엄청난 팬들을 기만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연일 터져 나오는 이런 뉴스를 보게 되면 선량한 미소로 시청자에게 어필하던 인기인의 모습 뒤에 감춰진 탐욕이 드러나는 것이며 사람은 겉만 봐서 절대 판단할 수 없다는 어르신들의 말씀을 되새기게 된다.
또한 지난 3월 원산지 위반으로 한 차례 형사 입건 되고 난 후 2번이나 머리 숙여 사과를 했고 본사 주주 회의에서도 사과와 시정을 약속했지만 최근 근황은 파리에서 방송을 촬영 중인 모습이 한국인에게 찍혀 유튜브에 실렸다.
이런 상황을 시청자들이 접할 때 그가 진정 반성을 하는지는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아무리 계약이 되어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된다고 하더라도 본인 스스로 촬영을 거절해야 그동안 자기를 아껴준 시청자와 팬들에게 사죄를 하는 자세이며 방송 제작에 펑크가 나서 위약금 문제가 발생하면 본인이 부담을 해서 위약금을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 보다 시청률에 급급한 나머지 이 채널 저 채널에서 겹치기 방송을 제작해 온 방송사의 책임이 크다.
경제적으로 연예인이든 아니던 스타를 하나 만들어내면 경제적 파급 효과가 상상을 초월한다.
즉 방송사 입장에서는 스타 요리 전문가라는 빅 스타를 만들어 이쪽저쪽으로 돈을 벌 욕심에 아무런 대책 없이 따지고 가릴 것은 덮어두고 프로그램 제작에만 열을 올린 것이다.
요리를 좋아하는 필자의 시각에서 이 인물은 선천적인 재능을 지닌 요리 전문가는 맞지만 사업, 비즈니스의 개념은 눈곱만큼도 없는 장사꾼일 따름이다.
요리를 잘해서 식당을 내면 자영업자이고 큰 의미로 당장은 법인 회사를 경영할 정도의 사업적 수완은 못 갖춘 상태이다.
식당을 운영하더라도 매출이 늘어 법인을 설립하고 여러 프랜차이즈 대리점이 입점하면 전문 경영자를 고용해서 비로소 사업적 영량을 갖추게 되는 것이므로 아무리 매출이 엄청나도 법인이 아닌 개인 사업자는 돈 많이 버는 자영업자이다.
법인 회사의 대표는 업종이 뭐든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사법적 의무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말 그대로 법적인 책임을 다하겠다는 법적인 약속을 하는 회사이다.
하물며 상장 회사는 주식을 상장한 사회의 회사로서 민간 기업이지만 필요시 정부 기관의 감사를 받는 사회적 단체이며 주주를 위해 회사를 투명하게 경영해야 할 의무가 있는 기업이다.
상장 회사는 경영진의 경영 상태가 주주의 기대에 못 미치면 대표 이사를 해임할 수 있다.
그러나 논란이 되는 회사는 대표가 주식 60% 이상을 소유하고 대학 때부터 절친인 40년 친구가 10% 이상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으며 그 외의 주주가 30%가량을 가지고 있는 회사이다.
그리고 세프이자 스타 요리 전문가 한 사람의 인지도를 믿고 그 회사의 가맹점주가 되는 경
우가 100%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동업자 친구 한 사람이 가맹사업본부, 구매물류사업본부, 생산라인본부, 유통사업본부, 재경본부 지원본부, 제주사업본부의 7개 부서를 모두 맡아서 경영한다고 한다.
그 외에 조리개발, 식품연구, 지역개발, 축제, 외식사업부만 스타 요리사가 맡는다 하니 그 회사의 업종만 해도 자그마치 25개 업종이나 되는데 이 두 대표가 감당하기엔 일손이 부족해도 턱도 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매스컴에서 논란이 불거지자 필자는 그 회사의 재무제표와 관련된 자료를 보고 싶었고 어렵지 않게 인터넷에 공개된 회사의 서류들을 볼 수 있었다.
회사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시가총액 4,300억 이상의 중견급 기업이며 2024년 기준 매출 4,600억인데 영업이익은 360억이다.
2년 전 2,800억에서 43,00억이니 1,500억 시가 총액이 증가한 놀라운 성장이다.
회사 자산 3,500억이고 현금 보유가 2,400억 이상이나 되는 현찰이 중견기업 중에서는 아주 많은 회사이다.
사업보고서에 의하면 종목이 25개이며 부채 80억인데 반해 1년 영업이익 360억이므로 재정은 탄탄한 회사이다.
그런데 매장 3,500개로 굉장히 많지만 1년 평균폐업이 580개 점이나 된다.
이는 두 대표가 잘 나가는 매장은 키우지만 하락하는 매장은 점주의 재량에 맡기고 관리를 안 한다는 내용이며 출점, 폐점을 반복하며 3년간 1,600개 오픈하고 580개 폐업했다는 기록이다.
필자가 몹시 분개한 내용은 이 부분으로 대부분 퇴직한 중년이 프랜차이즈 매장에 도전하는데 퇴직금에 있는 돈, 없는 돈 모두 모아 힘겹게 대출을 받은 돈으로 매장 하나 마련했는데 본사 입장에서 이 업종이 인기가 없고 계속 매출이 떨어지면 신경을 안 쓴다는 결론이고 본사는 책임을 안 진다는 것이다.
대표 이사 한 사람 믿고 빚내서 가맹점을 운영하는 사장은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이고 그 가족의 생계는 어떻게 하란 말인가?
몇 년간 매출이 떨어져 본사 그래프가 하락하는 업종이라면 애당초 권리금을 받고 가맹점으로 등록을 하지 말아야 한다.
현재 25개 업종에서 잘 나가는 업종만 키우겠다는 경영은 가맹비만 받고 매출은 알아서 하란 말이고 대리점의 사정은 안중에 없다는 뜻과 다르지 않다.
자세히 보면 권리금을 엄청 받아서 회사에 현금은 쌓아 놓고 본사의 유형자산(시설투자, 공장, 첨단 연구소 등)에 투자는 없다는 계산이다.
그 회사의 자료에 따르면 매장은 3,500개에 연구원은 고작 50명뿐이며 직영 매장은 14개 밖에 안된다고 한다.
그나마 이 직영 매장도 줄이는 중이라고 하면 권리금 받아 현찰만 쌓아 놓고 투자는 전무한 회사라는 것이다.
물론 대표 동업자인 친구가 7 부서를 다 맡아서 하고 대표가 조리개발, 식품연구, 지역 사업을 맡아서 하다 보니 모든 가맹점의 점주와 직원들의 하는 일을 세세히 알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고 점주가 매출이 없는 게 직접적인 대표의 책임은 아니라 해도 상장 기업의 대표는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점장이나 직원이 저지른 불법 행위에도 책임을 져야 하며 가맹점 한 곳에도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본사에서 일어난 불법 행위에 대해 "몰랐다." "그건 내가 미처 생각 못한 부분이다."라는 대표의 변명은 법원에서 소용이 없고 "죄송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는 불법 행위가 드러난 다음엔 도리키지 못하며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사고가 나기 전에 7개 부서를 대표가 관리할 게 아니라 해외 세프나 IV리그 출신의 전문경영인들을 7개 부서의 본부장으로 일을 맡겼다면 이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해외파 전문 인력을 고용하면 연봉이 어마어마하겠지만 그럴수록 일을 과중하게 맡기고 성과가 부진하면 바로 퇴사시키는 인사관리를 하면 문제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레시피나 소스 식자재를 자체 생산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 외주(팔도, 오뚜기 등)를 주고 타제품에 자체 소스를 섞어 판매했다고 하는데 사실 토마토소스나 페이스트도 모두 수입하는 재료이니 외주 한 재료를 공개하지 말고 공장에서 자체 가공 작업을 했어야 했다.
이런 철저한 보안 과정이 없다 보니 섞어서 고유한 맛을 내는 소스도 다른 회사에서 사다 쓴다는 공격을 받는 것이다.
평균 직원 근속기간 4년이며 영업직 근속기간 2년밖에 안 됐다고 한다.
그 회사의 인센티브에 사원의 불만은 없던 것으로 볼 때 임금은 적지만 인센티브는 잘 지불했다는 경영 방식을 추측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사업은 가맹점 계약금 받아서 현찰만 늘리는 회사가 아니고 회사에 매출이 늘고 현금이 들어오면 다시 유형자산에 투자를 하고 보다 좋은 상품을 위해 연구에 연구를 매진해야 한다.
인기가 없는 업종이라 해서 관리를 안 한다는 것은 CEO의 자세가 아니다.
게임 사업도 아니고 가수가 신곡을 낸 것도 아닌데 잘 나가는 업종은 지원하고 하락하는 업종은 신경 안 쓴다는 경영은 있을 수 없다.
그런 판매 기법은 이 마을, 저 마을 돌아다니는 장돌뱅이들이 이 물건 잘 팔리면 많이 준비하고 저 물건 안 팔리면 버리는 스타일이다.
지금 가맹점주와 주주들은 지금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특히 퇴직한 중년의 가맹점 사장님들을 월세도 못 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하루빨리 가맹점 사장님들을 위해서라도 고객, 가맹점, 주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우수한 기업이 되길 바란다.
세계 어느 기업이든 고비는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