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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Sep 24. 2021

간사한 게 입맛이다

음식문화

어려서부터 익숙해진 맛을 엄마 손맛이라 한다.
군인들이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이 엄마 밥이고 외국에 일주일만  여행을 가도 생각나는 음식 또한 엄마 밥이다.
엄마 밥은 세월이 흐르고 맛있는 게 넘쳐나도 변함없는 최고의 맛이다.
그러나 그렇게 좋아하는 엄마의 음식도 매일 먹다 보면 딴 음식이 먹고 싶어 지고 특히 TV광고를 보면 더욱 그렇다.
자주 가는 직장 근처의 맛집도 더 맛있는 식당을 찾게 되면 발길을 끊게 되고 맛이 좋아 자주 불러 먹는 중국음식도 새로 오픈한 식당이 맛있으면 오래된 단골이어도 미련 없이 바꾸는 게 당연한 입맛이다.
어찌 보면 세상에서 가장 간사한 것은 사람의 입맛이 아닐까 싶다.
입맛은 변화하고 상승하기 때문에 엄마의 손맛을 제외하면 길들여지지 않는다.
화가 나면 매운맛이 생각나고 비가 오면 기름진 음식이 떠오른다. 추운 날엔 따뜻한 국물이 그립고 더울 때 냉랭한 음식을 찾게 된다.
입맛도 세대차이가 있기 때문에 연령대별로 좋아하는 음식이 다르기는 해도 한국음식은 종류가 너무 많은 까닭에 대표적인 한국음식을 얘기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꼭 다이어트를 하는 경우가 아니어도 야식이 건강에 안 좋은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늦은 밤 TV에서 먹는 방송을 보게 되면 유혹을 참기가 힘들다.
세계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닌 배달 문화의 혜택으로 전화로 음식을 주문하면 신속하게 따뜻한 음식을 24시간 언제나 먹을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메뉴가 하도 많아 무엇을 주문해야 할지 고민도 하게 된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배가 고파서 먹는 것이 아니라 먹는 즐거움 때문에 심리적으로 배고픈 증상을 느껴 음식을 먹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전문용어로 '쾌락 성 굶주림'(Hedonic hunger)이라고 하고 흔히 가짜 식욕이라고 해석된다.  
즉 신체에 에너지 결핍이 없는 상태에서 즐거움을 얻기 위해 먹게 되는 욕구로 배는 안 고픈데 자꾸 뭐가 먹고 싶은 상태를 말하고 특히 스트레스가 많거나

심리적으로 불안할 때 보상심리와 연관이 되는 현상으로 출출해서 먹고 싶은 경우와는 구분이 되는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이런 경우도 습관이 되기 쉽고 심해지면 절제하기 어려워지는 질환으로 악화될 수 있는 증상이므로 의학계에서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건강 상의 문제나 살찔 걱정이 없다면 먹고 싶은 거 맛있게 먹는 것만큼이나 행복한 시간도 없다.
경제가 힘들다 해도 먹고 싶은 건 넘쳐나는 세상이고 "먹는 게 남는 거다." "잘 먹고 죽은 귀신 때깔도 좋다."라는 우리의 정서는 먹방이 대중문화로 자리를 잡게 된 원인이기도 하다
근대소설이나 옛날 영화를 보면 보리고개라는 힘겨운 시기가 배경이 된다.
모두가 가난했던 그 시절에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먹고 싶어 하던 희망의 밥상은 쌀밥에 고깃국, 조기구이를 먹는 게 소원이던 소재가 자주 등장한다.
6.25 한국전쟁을 기준으로 해도 70년이 갓 넘은 세월 동안 우리나라는 세계 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비약적인 발전을 했고 경제적으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것은 사실이다. 세상이 급속하게 변하다 보니 음식문화도 엄청나게 달라졌다.

정성 들여 마련한 음식을 함께 나누던 문화는 식당으로 옮겨졌고 가족 개념도 바뀌면서 핵가족이란 단어 역시 잊혀 가는 말이 되었다.
나 홀로 가정은 갈수록 증가하고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는 시대이다 보니 음식을 직접 해 먹는 게 힘든 세상이다  
가족이 함께 모여 음식을 함께 나누는 것은 명절 때나 가능한 일이 되었지만 명절문화가 다음 세대까지 전승될지는 의문이 든다.
엄마, 아빠 모두 돈을 벌어야 생활이 유지되는 현실에서 성장기 자녀들에게도 엄마가 손수 지은 밥상을 차려주는 것도 힘든 일이 됐다.
젊은 층에게 인기가 많았던 퓨전음식은 세대를 가리지 않고 대중화되었고 도시락과 샌드위치가 계속 다양해지는 것은 사람들의 입맛이 날로 고급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식이라면 동양의 중국음식과 서양의 프랑스 요리를 대표적으로 구분하는데 음식의 지명도도 국력에 따라 유명세를 달리하기 때문에 5000년 역사를 지닌 고유한 우리나라의 음식문화는 세계인들에게 대표적으로 알려진 음식은 없는 것이 애석한 현실이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과 주한미군이 한국음식을 좋아하고 해외 곳곳에 한국식당은 없는 곳이 없지만 주요 고객층은 한국 교포들이 대부분이며 한국문화와 접촉이 없었던 외국인들은 한국음식을 알지 못하고 해외에서 한국음식의 인지도는  형성되지 않았다.
한국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당연히 우리의 전통음식이겠지만 국경이 없는 문화의 유입으로  점차 좋아하는 음식이 다양해지고 미식문화도 진화하고 확대되고 있다.
반면 음식문화가 건강보다는 맛을 강조하는 미식의 개념으로 바뀌다 보니 선진국 병이라 할 수 있는 고혈압, 당뇨 같은 성인병과 대장암의 발병률도 세계 최고가 되었으며 비만의 위험이 있다 해도 먹고 싶은 것은 먹어야 되는데 TV와 유튜브에서는 먹는 재미를 강조하는 프로그램이 많아 사람들의 식욕은 언제나 자극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먹는 행복과 건강 걱정은 언제나 동반하고  운동은 꼭 해야 하는 문화가 남녀노소 불문하고 유행이 된 세상이고 음식문화에도 과유불급을 실감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러나 시대가 발전한 만큼 우리의 음식문화도 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시청률만 의식한 방송과 유튜브가 먹방을 유행시키고 무턱대고 먹어대는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다 해도 푸드 포르노(food porn)와 같은 몰상식한 방송은 이제 그만 멈춰야 하고 바쁘다는 이유로 인스턴트 음식을 주식으로 먹는 습관도 건강을 생각한다면 지양해야 한다.  사람의 입맛이 동일할 수 없으며 요리방법 또한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만드는 사람에 의해 맛이 바뀌고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음식문화도 이제는 건강과 맛을 함께 도모할 수 있는 식생활의 변화가 자리를 잡아야 한다.

환경오염과 기후변화의 악영향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은 세계가 동일하고 좋은 음식에 초점이 맞춰지는

현 시대에 발효과학으로 입증된 한국음식에 서구사회에서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건강을 생각한다면 조금은 번거롭더라도 정성어린 우리 고유의 밥상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가족이 함께 한 식사 시간에 언제나

기도를 드리고 식사를 하는 가정이 많다.
소중한 음식에 대한 감사를 올리는 것이며 종교를 떠나 우리나라에서는 밥상머리 교육과 예절이 있고 음식은 가장 소중한 일용할 양식이다.

 

엄마 밥은 언제나 변함없는 최고의 맛이지만 균형 있는 최상의 건강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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