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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머니 Apr 30. 2021

기업, 주주, 그리고 기업지배구조

주주(shareholder)와 이해관계자(stakeholder)의 관계

기업(corporation)은 이윤추구를 위해 만들어진 경제주체이다. 합자회사니 조합이니 하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 주식회사 형태를 띄고 있고, 당연히 필자가 기업이라고 이야기하면 전부 주식회사를 말하는 것으로 이해해 주셨으면 감사하겠다.


주식회사 형태를 가진 기업은 고대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공식적인 최초의 주식회사는 1602년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Dutch East India Company)라고 흔히 이야기된다. 이름 그대로 동인도(인도와 동남아시아 일대. 신대륙 카리브해 쪽을 서인도라고 불렀다. 지들 기준으로 동쪽, 서쪽이다. )와 교역하는데 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가니까, 서로 나누어서 투자하고 이익이 나면 그 부분만큼 수익을 배당받고(배당금), 손실이 나서 쫄딱 망해도 투자한 부분만 책임지기로(유한책임) 한 것이다. 그리고, 투자했다는 표시로 주식을 발행해 주었다.


이렇게 회사에 투자하고 주식을 소유한 사람을 주주(shareholder)라고 한다. 시크릿주주는 없다^^. 

주주명부에 다 표시된다. 가끔 뉴스나 공지보면 "주주명부 폐쇄"라는 무시무시한 내용이 뜨는데, 이건 주주총회를 위한 주주를 확정하기 위해 주주명부 변경을 잠시 멈추겠다는 거다. 


주주총회에서 의결권(voting right, 등기이사 선임이나 중요의사결정에 찬반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할려면 주주명부 폐쇄 기간 전에 사자. 주식명의개서정지라고도 한다. 아.. 법률용어는 진짜 너무 더럽게 어렵다.


아무튼 회사의 주인은 주주이다. 근데 주주가 나누어져 있고, 그것도 주식수에 따라 대주주, 소액주주로 나누어져 있어서, 결국 회사를 운용할 사람을 따로 뽑아야 한다. 즉 경영진(등기이사)을 주주가 주주총회에서 선임하는 것이다. 가끔 최대주주가 경영진에 뽑히기도 하는데 최대주주가 당연히 경영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주주총회에서 다른 주주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주식수에 따라서 의결권의 숫자가 틀릴 뿐, 투표랑 동일하다. 


선임된 경영진은 직원들도 뽑고, 가끔은 은행에 돈도 빌리고, 일상적인 경영활동을 한다. 그래서, 우리는 경영진-주주-종업원-채권자 등을 이해관계자(stakeholder)라고 부른다. 다 각자의 이해관계가 있다. 주주는 주가가 올라가길 바라고, 종업원은 월급이 올라가길 바라고, 채권자는 회사가 망하지만 않으면 되고... 등등......




기업지배구조(Coporate Governance)


근데 이 중 경영진과 주주와의 관계가 제일 중요하다. 주주가 분명히 주인인데, 경영진이 평소에는 기업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누가 기업을 어떻게 다스릴 것이냐? 주인을 어떻게 주인답게 대접해 줄 것이냐? 바로 이런 문제를 다루는 것이 기업지배구조(Coporate Governance)이다. 


이걸 주인-대리인 문제(Principal-agent problem)라고도 한다. 자본주의에서는 자본을 댄 사람이 주인이다. 그런데 바쁘니까 대리인(경영진)한테 경영을 맡겼는데, 이 놈들이 하라는 경영은 안 하고 삥땅치고(횡령), 장부조작하고(분식회계) 이럴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아예 지배구조 시스템을 잘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외이사제도, 감사, 회계제도의 선진화 이런 것들이 다 기업지배구조와 관련이 있다. 경영진을 잘 감시하고, 내 돈 빼먹지 않나 잘 감시하는 것이다.


아주 예전에 국민연금에 기업지배구조펀드(Corporate Governace Fund)라고 있었다. 뭐 규모도 얼마 안 됐고, 시장에는 라자드 자산이 운용하던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장하성 교수가 자문을 해서 일명 "장하성 펀드") 라는 것도 있었고... 


"기업지배"라고 하니까, 연기금이 기업을 지배할려는 건가(이 얼마나 끔찍한 상상이니) 하고 어감이 안 좋아서 나중에 사회책임투자(이것도 책임투자로 이름 바뀌었지만) 만들 때 이 쪽으로 자연스럽게 유형을 바꾼 걸로 안다.(아 나도 stakeholder였다). 뭐 어쨌든 기업지배구조는 ESG펀드, 책임투자펀드의 한 부분이니까...




마지막으로 책 한권 소개할려고 한다. "만국의 주주들이여, 단결하라"(부제: 자본주의 정신을 위한 투쟁) 라는 상당히 빨간 냄새 나는 제목의 책이다. 저자가 놀랍게도 존 보글 선생님이다. 인덱스펀드를 만드신  바로 그 분이다. 사회주의 냄새 나는 책들 사이에 끼워져 있어서 신기해서 샀고(왜냐하면 주주자본주의는 미국식 자본주의의 끝판왕인데), 아주 감명깊게 읽었고, 아직도 가지고 있다. 존 보글 선생님이 말년에 기업지배구조에 꽂히셔서 연구소도 만들고 이 부분을 많이 연구하셨다. 


기업들이 워낙 커짐에 따라 주주들이 회사를 잘 알 수 없으니까, 그걸 이용해서 경영진들이 주주들에게 돌아가야 할 돈들을 어떻게 몰래 빼돌리고 그것들을 월스트리트 금융맨들이나 언론들이 어떻게 도와주고 콩고물을 주워먹는지, 아주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신랄하게 서술하셨다. 한 번 읽어보길 권장한다. 나온지 꽤 된 책인데, 지금도 상황은 별반 달라진게 없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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