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과 밥을 먹다 대화주제로 결혼 얘기가 나왔다. 그 자리에는 나의 남자친구도 있었고 한 지인이 남자친구에게 결혼생각이 없냐고 물었다. 남자친구의 대답은 '아직은 없다.'였다.
'아직은'은 나에게 너무 뜻밖의 대답으로 들렸다. 나는 남자친구가 결혼에 대한 생각을 아주 긍정적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에게 본인의 어머니를 같이 보러 가자고도 했었고, 자식을 낳으면 딸과 아들 중 누구를 낳고 싶냐고도 물었었다. 퇴근하고 집에 같이 들어가는 길에는 우리가 신혼부부 같다고도 말한 그였다. 그런데 '아직' 이라니. 차라리 '없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더 머리가 아팠다. 왜냐하면 나는 언제나 결혼 생각이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20살부터 혼자 살며 항상 집에 들어가면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하루 뭐 했는지, 뭘 먹었는지, 힘들지는 않았는지, 이번 주말에는 뭐 할 건지 등등 이런 대화를 하며 저녁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그러나 나의 연애는 언제나 끝이 났다. 그때의 우리는 너무 서툴렀기에.
이젠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애가 지쳤다. 그런데 남자친구는 '아직'이라고 한다. 왜냐고 물어보니 금전적으로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고, 여자를 만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7년이나 솔로생활을 한 거라고 한다. 맞다. 남자친구는 나를 만나기 전 7년의 연애 공백이 있었다.
아, 어떡하지. 남자친구의 '아직'은 언제까지일까. 나의 젊음은 하루하루 빠르게 지나가고 있기에 남자친구의 '아직'이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차라리 '없다'라고 말해준다면 마음은 편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