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한 술집에 와있다.
나의 계획은 이러했다. 일 끝나고 집에 도착해 씻고 에세이를 쓰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이번주도 역시나 연재 당일인 오늘까지 글쓰는 것을 미뤄놨다. 삼주 연속 자소적인 글을 쓰는 것이 민망하지만, 그리고 이 글의 내용도 변명이지만 그럼에도 쓴다. 나는 이 글을 쓰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했기 때문이다.
오늘은 말레이시아와 축구경기를 하는 날이다. 동생과 동생남자친구가 함께 축구를 보자고 했었지만 거절했다. 오늘까지 글을 미룰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거절했기에 집에 갈 수 있을 거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라디오에서 나오는 오늘 경기 홍보를 몇 번 들었더니 나도 타인과 어울려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묘수가 떠올랐는데, 술마시기 전에 쓰면 되는 거잖아? 그곳에 꼭 집일 필요는 없잖아?
그렇게 동생에게 노트북을 가져와달라고 부탁했고 지금 술집에서 쓰고 있다. 이 글을 보는 누군가는 나를 비웃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오늘도 쓴다. 내가 나를 알아주기 위해, 나의 글을 연습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