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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전히 Jan 11. 2024

시작

 이 연재를 시작하려 마음먹었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과연 내가 꾸준히 할 수 있을까였다. 

 나는 하고 싶은 것이 아주 많고 또 그것들을 실행에 잘 옮기는 편이다. 그런 나에게 시작은 참 쉬운 일이다.

시작에는 큰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호기심과 설렘으로 가득 차있기에 일단 저지르고 보면 되니까. 꼭 놀이동산에 입장하는 딱 그 순간처럼. 그러나 입장과 동시에 우리는 놀이기구 타는 것을 기다려야 한다. 나에게 아주 부족한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지구력. 처음의 설렘은 오래가지 않고 흥미를 잃은 나는 새로이 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그것으로 갈아타버린다. 

 사실 고백하자면 여기에는 이런 심리가 깔려있다. 시작해 보니 해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끝내지 못할 바에 중도에 포기해서 결과물을 안 보여 주는 게 낫다, 이런 생각으로 썼던 글들을 마무리 짓지 않았다. 게을러서일까,라고 생각했다. 끈기력이 부족하다고도 생각했다. 

 그러다 어느 날 라디오에서 완벽주의자들의 특징을 듣게 되었다. 예민하고 불안도가 높으며 조금의 실수도 용납하지 못해서 차라리 포기해버린다는 완벽주의자들. 모순이 있어 보이는 이 설명에 머리가 띵 했다. 어쩌면 나도 그런 게 아니었을까. 완벽한 글이 되지 않을까 봐. 비문이 나올까 봐. 맞춤법이 틀릴까 봐. 무엇보다 내 생각이 세상에 드러나면 손가락질받을까 봐. 그렇다면 일단 해보자. 글이 누군가에게 조롱의 대상일 된다 해도 시작해 보자. 끝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니까. 

 그렇게 이 연재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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