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야 남자친구가 당장 결혼하자고 하더라도 나는 단번에 승낙할 수 있을까? 나는 준비가 되어있나?
아니
남자친구가 아직이라고 말한 조건중에 가장 큰 이유인 금전적 준비에 대해서만 말하더라도 나도 역시나 안되어있다. 유튜브 쇼츠에 가끔 뜨는 영상이 있는데, 자신이 몇살인지 말하고 얼마를 모았는지 소개하는 영상이었다. 나와 비슷한 또래들이 나보다 몇배는 모았다는 소개를 보며 드는 생각은 약간의 부러움. 당연한 거다. 내가 소비할 동안 그들은 아꼈을 테니까. 정말 부러운 것은 그들이 자신의 직업을 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20대 중반, 남들 취업할 시기에 나는 글을 쓴다며 자신있게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그때는 나의 재능을 믿었다. 변변치 않은 직장없이 아르바이트만으로도 자신있게 살 수 있었다. 그러나 30대가 된 지금 어쩐지 조금 창피하다. 나는 모은 돈도 없고, 돈을 모을 수 있는 직업 또한 없다. 누가 나에게 뭐하는 사람이냐고 묻는다면 이제는 이리저리 둘러댄다. 글로 언제 돈을 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 그러니 나야말로 '아직'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준비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평생 살다 죽는건 아닐까. 홀로 외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