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한테 한번 솔직해져 보기로 한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게 결혼일까, 아니면 지금의 외로움을 탈출하고 싶은 것일까. 분명 일이 끝나고 집에 들어가면 사랑하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 사람과 저녁을 먹고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하여 대화를 하고.
그래. 나는 이게 중요한 거다.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 나의 생각을 솔직히 토로하고 상대의 생각을 듣고 그 안에서 새로운 발견을 하고 더욱 나아가 글로 정리하는 그런 하루. 책을 같이 읽고, 좋은 구절이 있으면 소개하고, 소설 속 인물에 대하여 토론하고, 또는 이 글을 쓴 작가에 대하여 논하고 싶은 것이다. 꼭 책이 아니어도 된다. 웰메이드 드라마나 영화도 좋다.
그런데 지금의 남자친구와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 보면 글쎄. 그의 취미는 게임과 축구이다. 그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축구를 했고 성인이 돼서는 주말마다 공을 차러 나갔다. 그리고 돌아와서 샤워를 하곤 게임을 한다. 그가 현재 가장 재밌게 보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골대녀>이다.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을 때 대부분의 주제는 축구일 것이다.
취향이 맞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었다. 그러나 다른걸 앎에도 불구하고 결혼하고 싶은 건 이 사람이 좋아서 덮으려는 마음일까. 아니면 사실은 지금 당장의 공허함을 벗어나려는 나의 발버둥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