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시간이 너무 안가는 순간이 있었다. 아마 아침 일찍 일어났을 것이다. 무언가를 해도해도 아직도 오전이었다. 점심을 먹고 일부러 한숨을 자본다. 자고 일어나면 2시간이 훌쩍 지나있을 테니까. 아침에 일찍 일어난 탓에 그리고 오전에 이것 저것 하며 움직인 탓에 금방 잠에 들고 말았다. 그렇게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대략 네시쯤. 오전처럼 시간이 안가면 어쩌나 걱정하는건 아주 시간낭비다. 그때부터는 무언가를 하지도 않았는데도 해가 지고있고 어? 하는 사이에 벌써 잘준비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시간이란게 이렇게 신기하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데 정말 그럴까?
어느 날은 하루종일 오전의 나처럼 살다가도 어느 날은 하루종일 오후의 나처럼 산다. 하루가 너무너무 길어서 언제 끝나나 싶은 날이 있다가도 블랙홀에 빠진 것처럼 어느 순간에 갖혀 하루가 고여있는 듯한 느낌도 받는다. 오전의 나처럼 살 때는 내일이 기다려 지다가도 고여있는 날엔 내일 눈을 떠서 뭐하나 싶다. 그럴 때는 자고 일어나는 순간이 임종 직전이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불행히도 나에게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내일은 시간을 어떻게 쓸것인가 고민해본다. 오전처럼 쓰리라. 결정 안에 나는 다시 고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