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버지가 사는 곳, 내가 쓸고 닦고 가꾸던 시골집. 지금은 더럽고 어질한 닭장이 되어버린 집. 그래서 가기 싫다.
그렇지만 하나 좋은 기억. 가을마다 내 방 밑 화단에 피는 국화, 그 노란 것이 뿜는 향취
바람을 타고 창을 넘나드는 진한 내음
꽃을 좋아한다. 예쁜 꽃을.
캘리포니아철쭉이라든가. 라넌큘러스라든가.
화분째로 사 와 분갈이하는 재미, 옅고 조화로운 색에 감탄하는 맛이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좋아하는 것이 있다.
다년생 노란국화
한겨울 살을 에는 칼바람 맞고 그 자리에 조용히 웅크렸다가
잠자리 호랑나비 살랑 날아다니는 청명한 가을날 다시 피어오르는, 다시 코를 간질이는
촌스러운 그 꽃
나는 노란국화를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