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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 조승리

삶-살아가다2

by 하이브라운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직장 같은 부서에 일하는 매우 총명하고 순수한 마음을 가진 동료에게 추천받은 책이다. 특수교사로 특수학교에서 일하는 내게 시각장애인 저자가 쓴 에세이라는 사실이 다른 책들과 또 다른 기대를 갖게 했다. 페이지를 한 장씩 넘기며 작가와 공감하고, 안타까워하고, 미소 지으며 순식간에 마지막 페이지를 잡게 되었다. 큰 울림이 있었고 앞으로 나의 삶에 큰 영향을 줄 거라 확신한다. 왜냐, 그동안 장애인을 바라보고 대하는 관점이 150도(30도는 과장이 아님을 위해 남겨두고 싶다) 바뀌었으니까.

특수학교와 일반학교의 특수학급에서 15년간 일하며 많은 장애 학생들을 만나서 함께 생활하고 그들의 가족들과 소통하며 지내왔다. 내가 그들을 대하는 초첨은 항상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와 그것을 위해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맞춰져 있었다. 책을 읽으며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그 주변 사람들이 갖는 내면의 아픔들과 심정의 변화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물론 지금까지 일하며 가졌던 생각과 태도가 헛된 것은 아닐 것이다. 나름 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왔었다. 그들의 마음에 좋은 장면으로 남아있는 것들 또한 많을 것이라 생각하고 싶다. 내 마음 중심에서 너 마음 중심으로의 이동은 내게 아주 큰 변화가 될 것이다. 더욱 세밀하게 생각해서 말하고 행동할 것이고 당분간은 한 번의 머릿속 테스트를 거쳐 그것들이 나올 것 같다. 매사에 느린 사람이 아닌데 조금은 느려지겠구나. 따뜻한 느림.

함께 일하는 저시력 시각장애를 가진 교사가 있다. 지금은 치료차 짧은 휴직을 한 상태지만 함께 근무했던 동안은 격이 없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부서의 업무를 매끄럽게 처리하면서 지냈다. 이 책을 읽고 한 가지 작은 목표가 생겼는데 그가 경험하지 못했지만 하고 싶었던 무엇인가 하나를 함께 경험하고 싶다. 나는 삶에서 받은 사랑이 너무 많아서 나누고 싶었는데 좋은 기회가 생겨서 오랜만에 설레는 기분이다. 2025년 3월아! 빨리 와라.

작가님의 이야기를 함께하며 10초 이상 멈추고 있었던 순간들을 표시해 두었다. 마음에 다시 새기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싱싱한 한 떨기 꽃이 되시기를 멀리서 작가님을 응원한다.


"장애는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느닷없이 튀어나와 등짝을 걷어차버린다"

"행복은 바라는 대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 노력과 의지로 맺는 열매 같은 것"

"내가 누군가에게 위로를 건네는 방식은 내 상처를 드러내 보이며 함께 아파하는 것"

"나는 내가 겪은 고통을, 희생을, 인내를, 모두가 겪길 바라 는 졸렬한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나의 새로운 장래희망은 한 떨기의 꽃이다. 비극을 양분을 로 가장 단단한 뿌리를 뻗고, 비바람에도 결코 휘어지지 않는 단단한 줄기를 하늘로 향해야지. 그리고 세상 가장 아름다운 향기를 품은 꽃송이가 되어 기뻐하는 이의 품에, 슬퍼하는 이 의 가슴에 안겨 함께 흔들려야지."

-조승리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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