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책리뷰) 내가 말하고 있잖아

정용준 / 민음사

by 하이브라운

의사소통장애 중 유창성장애(이하 말더듬)를 가진

14세 중학생이 겪는 사회적, 심리적 고통과 삶의 변화를 따뜻하게 그린 소설이다.

소년은 말더듬으로 스스로 위축된 모습과 비관적인 태도를 갖는다.

주변 환경은 도움, 협조, 보살핌 등과 거리가 멀다.

오히려 자책, 비난, 놀림, 폭력 등이 가득 차있다.

위축된 모습은 차치하고 주변 환경으로 인한 소년의 비관적인 모습은 당연해 보인다.

소년에게 유일한 위로가 되었던 언어 교정원. 스프링.

그곳의 사람들.

할머니, 모티프, 용감, 하이, 노트, 이모, 원장...

다르지만 같은 아픔을 갖은, 그래서 더욱 위로가 되는 사람들.

소년은 그곳에서 처음으로 낙관적인 사고를 시작한다.


작가는 말더듬이라는 의사소통장애에 대한 조사와 연구를 통해 그들이 갖는 사회, 심리적 어려움을 매우 잘 묘사하였다. 실제와 같다고 생각한다.

마치 그들이 세상에 하고 싶었던 말들을 소년의 마음을 빌려 시원하게 뱉어내는 느낌이다.

100% 내가 상대방이 될 수 없기에 누군가에게 완전한 위로는 불가하지만 여러 인물들과 소년의 작은 교집합이 위로를 만들고 그것들이 모여서 소년을 움직였다.

등장인물들 한 명, 한 명의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크고 작은 사랑들. 그것을 느낄 수 있어 독서를 마친 후 마음이 따뜻해진 소설이다.


우연하게 나는 소설과 같은 14세의 말더듬을 가지고 있는 남학생을 지도한 경험이 있다.

언제나 말 수가 적었던, 친구들 이야기 듣기를 좋아하던 착한 학생이었다.

평소에는 자신의 말더듬이 신경 쓰이는지 말이 없다가 좋아하는 축구에 대한 대화를 시작하면 흥분하여 더욱 심하게 말을 더듬으면서도 신나게 이야기하던 귀여운 모습이 생각난다.

별명이 축구천채 메시였는데, 메시라는 소리를 들으면 매우 좋아했다.

다행히 우리 학급은 모두 메시를 기다려주었고, 타인으로 인한 상처는 없었다.

단지 아이가 가지고 있던 내면의 답답함과 아픔을 조금 더 보듬어 주지 못 함에 미안함이 크다.

8남매의 가정에 넷째. 14세 때인 그 해 어머니께서 소천하시고 연로하신 아버님 밑에서 자랐던, 비록 가정환경은 어려웠지만 늘 밝고 나눔을 실천했던 착한 아이.

2015년이었으니 딱 10년이 지났다. 지금쯤 24살의 청년이 되었겠구나.

지금도 예전처럼 행복하고 밝게 지냈으면 좋겠다.


추억이 많은 사람이 가장 부자라고 한다.

잊고 지냈던 소중한 추억을 꺼내준 이 책과 작가님께 감사를 전하고 싶다.

또한 보이지 않는 내면의 아픔 또한 공감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고자 한다.

좋은 소설, 따뜻하게 잘 읽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