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3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틈 (허점 또는 여유)

26일 / 40일 삶의 성찰

by 하이브라운 Mar 06. 2025

벌어져 사이가 난 자리.


틈을 물리적 공간이 아닌 심리적 공간으로 생각해 보았다.

삶에서 틈이 생기면 여지없이 좋지 않은 것들이 밀려왔다.

걱정, 불안, 욕심, 다양한 욕구들.

내게 틈은 언제 생기는지 생각해 본다.

대부분 여유로울 때였다.

일상이 바쁘고,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을 때는 틈을 내어 줄 여유가 없다.

한가하거나, 뭔가 큰 일을 마치고 여유가 많이 생길 때마다 틈이 생겼다.

심신의 여유로움이 회복과 발전의 기초가 되어야 하는데, 아직은 그 단계에 이르지 못하는 것 같다.

더 좋은 것, 더 많은 것, 더 인정받는 것들.

이런 것들을 추구하기 위한 방법을 생각하고, 더 풍족해졌을 때를 상상하며 즐거워했다.

이를 통해 잃게 되었던 두 가지가 있다.

겸손과 감사다.

내가 마치 뭐라도 되는 것처럼 힘이 들어가고, 나의 연약함을 고백하기보다는 나를 높이기 시작했다.

또한 일상에서 주어진 것에 대한 감사가 사라지고, 더 많은 것들을 가지고픈 욕구가 증가했다.

나에게 틈은 좋은 것보다는 해로운 것임을 깨닫는다.


장애를 가진 학생들을 16년째 가르치고 있다.

최근 이들에게서 틈의 효과를 매우 명확하게 발견했다.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것들을 중점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특수교육 중요한 목표이자 목적이다.

그런데 살아가가는 데 필요한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가정과 학교, 하교 후 치료센터, 주말 프로그램들.

숨 가쁜 아이들을 많이 본다.

가끔은 아이들에게 틈이 주어져 생각과 몸에 쉼이 주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그만큼 주변의 사람들은 계획을 잘 세워 그 외 시간을 알차게 보내야 한다.

틈이 주어진 시간에 운동장을 걷고, 그네를 타고, 긴 벤치에 누워 하늘을 본다.


학생들에게 틈은 나와는 다르게 쉼과 여유였고, 회복이었다.






틈이 내게 괴로움이라면

네겐 행복이구나


내 틈 사이로 어둠이 밀려올 때

네 틈 사이로 빛이 쏟아진다


내 어둠은 회색을 만들고

네 빛은 무지개를 그리는구나


내 틈은 삶의 글에 군더더기가 되고

네 틈은 띄어쓰기가 되는구나


내 문을 닫고

네 문을 연다


나를 지키고

너는 행복하리라


이전 05화 말의 힘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