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 40일 삶의 성찰
사회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지위나 역할.
혼란 없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게 하는 사물의 순서나 차례.
위치와 질서의 중요함을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너무도 선명하게 깨달은 경험이 많아서 한 번 더 정리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최근 일하고 있는 학교가 개학을 하여 폭풍 같은 한 주가 지났다.
여러 사건 사고들이 첫 주부터 터지고, 새로운 업무를 맡은 교사들은 분주하게 수업과 업무를 병행하며 지냈다.
80개가 넘는 업무(교사가 80명 이상)를 적절하게 분배하고 적임자를 배치하는 것은 매년 어려운 일이다.
해마다 교육 정책이 바뀌고, 예산이 변경되는 등의 변수가 작용한다.
그 과정에서 업무의 조정을 요구하는 사람도 있고,
그 업무 조정으로 인하여 본인 업무에 다른 업무가 더하여져서 부담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이런 과정들을 보면 난 관리자의 길을 젊었을 때부터 포기한걸 잘 한 결정이라 생각한다.
(난 조정은 할 수 있지만 누군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잘 보지 못한다. 이건 고치기 어렵다.ㅠㅠ)
올해도 마찬가지로 첫 주에 여러 일이 있어 몇몇 교사들과 관리자와의 마찰이 있었다.
당연히 사정에 맞게 조정을 해야 하고 양해를 구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상처를 받는 경우를 본다.
산전수전 다 겪은 관리자들이지만 어떻게 모든 면이 완벽할 수 있으랴.
섬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못 쓰는 부분, 감정을 다독이지 못하는 부분 등 몇 가지 부분에서 상처를 받는 사람들이 생겼다.
보직교사를 올해도 맡았고, 지금 학교에서 친한 사람들이 많이 생기니 내게 와서 여러 어려움과 속상함을 호소했다.
들어보면 모두 섭섭할 만한 사정들이다.
내 부서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나를 편하게 어려움을 말할 수 있는 상대로 생각해 주어서 참 감사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젊은 시절 같았으면 함께 관리자에 대한 험담을 하고, 나중에 저렇게 되지 말자고 함께 굳은 맹세를 하면서 위로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나 보니 그게 아니었다.
직장에는 위치와 질서가 있었다.
상사는 내게 주어진 상사였고, 존경은 하지 못하더라도 존중은 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몇 년 전에 깨달았다.
비록 부족한 부분이 보여도 최대한 그 입장을 이해하며 넘어갈 수 있도록 노력한다.
내가 그 위치가 되었을 때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해주리라 생각하며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지금 순간, 내가 위치와 질서를 따르며 생활하는 것이 바른 방법이고 내가 건강해지는 것이다.
또 하나의 잘못을 고백하자면, 예전에는 나의 무리를 만들고자 하는 생각이 있었다.
나를 좋아하고 따르는 사람들과 친목을 강화하여 일종의 '라인'을 만들고 싶은 생각.
사회의 경험이 차곡차곡 쌓이다 보니 어떻게 하면 이러한 라인을 만들 수 있는지, 사람들이 나의 무리에 끼고 싶게 만들 수 있는지 잘 알게 되었다.(실제로 내 라인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았다. 자랑 같아서 그만 하겠다. 하지만 진짜다.)
하지만 이것 또한 매우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조직에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매우 크고,
나에게도 전혀 득이 되지 않는다.
내게 주어진 나의 위치, 그리고 질서에 따라 이번 한 주간도 잘 보냈다.
관리자와 교사들의 다리 역할을 하며 어려움을 들어주고 위로했다.
관리자들에게도 좋지 않은 감정을 갖지 않고, 다른 부분에서 에너지를 쏟아야 할 부분이 많은 시기라 이해하며 안쓰럽게 생각했다. 도움이 될 일들이 있다면 도움을 주리라는 생각도 했다.
100명이 넘는 교직원이 있는 큰 규모의 학교에서 비록 작은 움직임이었지만 의미 있는 일이었으리라 생각된다. 직장이나 가정, 내가 있는 모든 곳에서 나의 위치를 제대로 알고 질서에 따라 살아가는 삶.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