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참 아름답게 그려낸 소설.
글이 '맑다'라는 느낌을 소설을 읽으면서 처음 받았다. 문장이 부드럽고 예뻤다.
정용준 작가님과 비슷한 분위기의 소소함과 담담함 또한 좋았다.
책은 7개의 단편 소설로 구성되었다.
하나같이 과장됨 없는 평범한 일상의 모습에서 다양한 감정을 끄집어낸다.
아무 관심 없던 감정
애써 외면했던 감정
숨기고 싶었던 감정
너무 평범하여 감정인지도 몰랐던 감정들.
내 속에 숨겨져 있어서 익숙하지 않았던 무엇들과의 만남이 새로웠고, 흥미로웠다.
단편들을 읽고 들었던 짧은 생각을 기록한다.
1. 아주 환한 날들
그녀에게 앵무새는 어떤 의미였을까?
- 내 옆의 누군가를 갈망한다는 사실조차 잊고 지낸 그녀에게 사실은 그리움이 사무침을 알게 해 준 존재
- 덮고자 했던 지난날, 특별히 딸에 대한 애틋함을 꺼내어 굳어 있던 마음을 녹인 존재
- 다시금 깊은 곳의 감춰놓았던 '사랑'을 꺼내준 존재
2. 빛이 다가올 때
자신을 묶던 책임감이라는 줄을 끊어준 사랑이라는 감정.
묶여 있었던 모든 감정들이 사랑으로 인해 자기 자리를 찾아간다.
삶의 기준은 사랑인 건가?
감정과 생각의 모든 것이 사랑으로 인해 정렬된다.
3. 봄밤의 우리
사랑은 마음의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해서 그 대상이 사라진다면 상실감이 너무 크다.
내가 사랑하는 것에 대한 사회의 기준이 왜 필요한가?
사랑하고, 헤어짐에 아파하고, 무뎌짐이 상처를 가린다.
완전히 가리지 못하여 언제든 드러날 상처다. 그것이 사랑이었다는 증거 같다.
4. 흰 눈과 개
사랑의 방향성.
일방적이고 자기 방식의 사랑이 '진심'이라는 표장을 하게 된다고 전해질 수 있을까?
어떻게 타인을 제대로 사랑할 수 있는가?
사랑을 하려면 사랑을 받아야 한다. 그 경험이 사랑을 전달한다.
5. 호우
평범한 일상에서 마주친 죽음. 무감각했던 죽음의 의미를 삶을 통해 알아가기 시작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사람만이 죽음을 생각하고 응시할 수 있는 것.
사람에서 가치 없는 것은 없다. 삶을 조금 더 따뜻하게 살아가자.
6. 눈이 내리네
삶이 쌓여 나이를 만든다면.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먼 곳의 풍경을 예상할 수 없듯,
단지 길을 걸어가며 바뀌는 주변을 바라보는 것.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고비를 넘어가는 것.
먼 곳에 도착하여 풍경을 알게 되는 것.
살아가는 과정이 아름다운 것인지, 순간순간이 아름다운 것인지. 순간의 아름다움들이 삶을 아름답게 한다.
7.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할 수 없는 것.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불필요한 걱정.
인생의 낭비다.
우리는 모든 것을 대비할 수 없고, 그럴 능력도 없다.
내리막길과 오르막길, 눈앞의 보이는 그 길을 걸어갈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