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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 하루의 단상

사람으로 행복한 하루

by 하이브라운

하루 동안에 여러 일이 있었다. 좋은 일들.

하루를 돌아보니 남겨야 할 좋은 기억과 생각들이 있어 글로 정리하려 한다.


1. 음력 3월 10일

오늘이 내 생일이다.

음력 생일이라 매년 바뀌는 날짜에 가족들 외에는 기억하는 사람이 없다.

기념일을 챙겨주는 것은 좋아하지만 받는 것은 매우 부담으로 다가오는 내게는 오히려 좋다.

카카오톡의 생일 공개여부를 내가 결정할 수 있음을 작년 생일이 지나고 알았다.

카카오는 친절하게도 음력생일을 계산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나의 생일을 알려주고 있었다.

동료들의 많은 축하를 받고 좋았지만 부담스러웠다.

받는데 익숙하지 않은 성격이라 더 그랬다.

생일이 지나고 바로 생일 비공개 설정을 했다.

이제 불편한 상황은 없을 거라 안심이 되었다.

오늘 아침 출근을 해서 학생들 등교지도를 하고 책상에 앉으니 책상 위에 예쁘게 포장된 북 파우치 선물과 메시지 카드가 놓여있었다.

음력으로 생일을 한다는 작년에 내가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작년 생일을 바탕으로 올해를 계산한 것이다. 기분 좋게 오전 일과를 마치고 식사를 한 후, 교무실에 들어오니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생일 축하 음악이 크게 나오며 케익이 등장했다. 나 몰래 메시지를 돌려서 식사 후 잠시 모였던 것. 정말 감동인 사람들.

(좌) 선물 받은 북파우치 (우) 생일 케익


2. 4월의 동물원

우리 학교는 한 학기에 한 번 체험학습을 간다. 1학기에는 5월에 예정되어 있는데 장소가 동물원이다. 체험학습을 가기 전에 사전 답사를 통해 여러 안전 사항을 점검하고 체험 계획을 수립한다. 오늘이 그 사전 답사가 예정된 날이다.

학생들 하교 지도를 마치고 나, 체험학습 업무를 담당하는 선생님, 두 명의 희망교사가 동물원으로 향했다.

두 명의 희망교사는 사실 함께하지 않아도 되었다. 모처럼 연수도 없이 빨리 마치는 날인데, 조퇴를 하고 쉬거나 개인 생활을 할 수 있었음에도 함께 가고 싶다고 하여 동행하였다. 얼마나 든든하고 좋은 부서원인지.

벚꽃은 만개하지 않았지만 자연에 둘러싸인 넓은 대공원 길을 걸으니 여행 온 기분이 들고 참 좋았다.

여러 점검 사항을 확인하면서 동물들을 보니 좋고, 함께 한 동료들과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직장과 삶의 이야기를 하며 걸으니 더욱 좋았다. 직장 생활의 작은 행복을 마음껏 느꼈다.




*하루를 보내며 들었던 짧은 생각

'시절인연'이라 하여 때가 되면 만나는 그 시절의 사람들이라는 말이 있다.

인생의 지난날에 겪은 많은 일들로 인하여 사람에 크게 의지하지 않게 되었다. 관계에서도 마찬가지.

가까워지는 관계가 있다면 멀어지는 관계도 있을 것이고, 나와 맞는 사람들이 있다면 다른 성향의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사람에 대한 기대와 욕심을 갖지 않는 것.

단지 지금 이 순간에 내가 상대에게 어떤 의미고, 상대가 내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행복하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 사람 사이의 관계일 것이다. 사람으로 인해 기대할 것도, 실망할 것도 없다. 발전시키고 싶은 관계가 있다면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고 행복하면 된다는 것. 나중은 나중 문제.

오늘 하루 주변 사람들로 인해 무척 행복했다. 이 사람들이 나의 내일에 행복을 주지 않을지라도 오늘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감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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