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대(Level)

내 삶의 균형을 잡아줘

by 이승형

벽에 액자를 거는 일을 가끔씩 하는데 그때마다 나는 사람들의 눈이 매우 정확하다고 느낀다. 그림이나 사진 액자를 벽에 걸었는데 수평이 조금이라도 맞지 않으면 대부분 사람들은 바로 알아챈다. ‘오른쪽으로 약간 기운 것 같아요’ '왼쪽이 좀 낮아 보여요' 이런 식으로 지적하는 분들이 있으면 나는 수평대로 꼭 체크해 본다. 거의 대부분은 그들 말대로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우리가 흔히 수평대라고 부르는 레벨은 빨래 건조대나 우편함 기둥 등을 세울 때 그것이 똑바로 서있는가를 확인하는 수직 레벨을 체크할 때도 쓴다. 특히 목조주택의 경우 개별 기둥들이 똑바로 서있지 않으면 건물 하중을 제대로 지지하지 못해 벽이 기울고 심한 경우 집이 무너질 수도 있다. 건축현장에서 수평과 수직 레벨을 잘 맞추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요즘은 레이저 레벨기가 있어 한꺼번에 여러 수평과 수직레벨을 체크할 수 있어 편리하다. 수평계가 없던 시절엔 그것을 대신한 도구들이 있었다. 지금도 벽돌을 쌓을 땐 줄에 추를 매달아 수직을 맞춘다. 벽의 양끝 수평을 맞출 땐 투명한 관에 물을 넣어 양쪽의 물높이를 같게 해서 수평을 맞췄다.

나는 수평대가 없으면 스마트폰에 깔린 레벨 앱을 사용한다. 스마트폰 레벨 앱은 기울기의 각도까지 알 수 있으니 여러모로 편리하다. 참고로 콘크리트 바닥의 기울기가 심하면 미끄럼 방지를 위해 몇 도 이상의 경사로엔 페인트 칠하는 걸 금지하기도 한다.


수평과 수직의 레베를 반드시 맞춰야 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의도적으로 경사를 만들어야 할 때가 있다. 욕실이나 바닥 공사를 할 때는 하수구 쪽으로 물이 흐르도록 약간의 경사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경사를 구배라고 한다. 바닥 타일 붙이기 전 구배를 잡을 때도 이 레벨대를 이용한다. 여러 곳의 구배가 하수구가 있는 쪽으로 잡혀야 물이 바닥에 고이지 않고 바로 빠진다.


우리는 살아가며 가끔 균형을 잃는다. 사람이 기계가 아닌 이상 누구나 한쪽으로 기울어진 생각을 하기도 하고 편향된 시각 때문에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중간으로 돌아와 균형을 잡는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삶의 무게추가 있어야 한다. 내 생각을 잡아주는 기본적인 판단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 무게 추는 우리가 배운 지식이요, 살면서 겪은 경험이요, 사람들을 만나 얻어진 수많은 지혜들이다. 무게추가 무거울수록 우리는 쉽게 흔들리지 않고 흔들렸다가도 바로 제 자리로 돌아온다. 지식과 경험이 일천하고 사람들이 감정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없는 사람들은 언제나 이리저리 흔들린다. 흔들리고 중심을 잡지 못하면 기울어진 기둥 때문에 지붕이 무너지고 집이 무너지듯 우리의 삶이 무너진다.


한편 벽에 걸린 액자의 수평이 맞지 않으면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고 있다가 그것을 알려줄 사람이 필요한 것처럼 나의 삶이 중심을 못 잡을 때 옆에서 그것을 지적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진실한 친구란 때론 온화한 말로, 필요할 땐 단호한 어조로 나의 수평이 맞지 않는다고, 내가 똑바로 서있지 않다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렇게 말해도 기분이 상하지 않고 관계가 끝나버리지 않을 때 그는 나의 친구이다.


그렇다고 기계적이고 절대적인 균형만 중요한 게 아니다. 물이 빠져나가려면 적당한 경사가 있어야 하듯 우리 삶도 때로 적절한 감정의 경사로가 필요하다. 내가 슬픈데 억지로 슬픔을 참는 것은 슬픔에서 벗어 나오는 시간을 길게 만든다. 내가 어떤 사람에 화가 났다면 한동안은 그 분노가 한쪽으로 흘러가도록 놓아두어야 한다. 나에게서 슬픔과 분노가 빠져나가게 적절한 감정의 구배를 잡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그럴 때도 내가 한쪽으로 쏠려 있구나를 자각하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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