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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마리토끼 Jan 20. 2023

D+9. 인천공항에는 세시간 전에!

  

  세상에 맙소사!! 어젯밤에 새벽에 온다는 친구를 위해 리조트 사장님께 부탁해 공항에 택시도 대기시켰는데 친구가 못 왔다!


  인천공항 출국장 게이트가 두 개밖에 안 열려 있었고 그래서 그런지 줄이 너무 길어 줄을 서다가 간발의 차이로 비행기를 놓쳤다는 것이다. 캐리어를 끌고 애까지 데리고 비행기 타려고 엄청 뛰었다는데 그 시간이 얼마나 길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공항에 한시간 사십분 전에 도착했다고 하는데 더 일찍 나왔어야 하나보다. 거기다 자꾸 전화가 왔는데 급하게 뛰는 중이라 전화를 안 받았다고 한다. 알고 보니 항공사 전화…….


  좀 더 일찍 나갔으면, 그 전화를 받았으면 하고 후회도 해보지만 이미 지나간 일인걸 어쩌겠나.


  아쉬움과 함께 공항에 올 때는 세 시간 전에 도착해야 한다는 교훈만 남았다.


  행운이도 동생을 많이 기다리고 동생 자는 침대라고 새로 베딩한 침대시트도 쫙쫙 펴주고 했는데, 행운이도 나도 많이 아쉬웠다. 그런데 내가 아무리 아쉬워도 오려던 친구만큼 아쉬울까 생각하니 마음이 짠하다.


  날린 비행기 티켓 값도 생각날 것이고 한껏 부풀어 있던 아이한테도 미안할 것 같다. 인생의 모든 일이 계획대로만 되진 않는다는 것을 여기 보홀에서 새삼 느꼈다. 계획도 없이 머무는 보홀에서 계획에 대해 숙고하게 되다니 아이러니다.

  

  숙고는 그만하고 현실로 돌아가 호핑투어 예약을 취소해야 했다. 제임스 브라운씨가 안 나타날까 걱정했던 나의 마음은 약속을 지키지 못한 미안함으로 바뀌었다.


  리조트 직원에게 예약종이에 써준 전화번호를 보여주며 친구가 안 와서 내일 예약한 호핑투어를 캔슬을 해야겠다는 전화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직원이 전화를 하고 바꿔주었는데 미룰거냐, 완전 캔슬이냐 물어서 미안하다, 완전 캔슬이다, 하니 혹시 다시 가게 되면 연락을 달라고 한다. (이렇게 쓰니 영어를 잘하는 사람 같지만 그렇지 않다. 원래 돈 쓰는 영어는 쉽다. 돈 버는 영어가 어렵지.)



  오늘은 알로나비치쪽에서 점심을 먹고 항상 가던 길 반대쪽으로 가보았다. 빵집이 있다 해서 빵집을 찾으러 슬슬 걸어갔다. 가는데 아이랑 내가 이야기하는 소리를 듣고 지나가던 한국분이 “알로나비치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묻는다. 설명해드리니 웃으며 “한국 사람이 많아서 좋으네요” 하며 가신다.


  보홀에 필리핀 사람 다음으로 많이 보이는 게 한국 사람 같다는 생각에 잠시 웃음이 나왔다. 오분 쯤 걷다보니 길 왼쪽으로 ‘아워 델리 브레드’라는 작은 간판의 빵가게가 나왔다. 주먹 반 만한 빵을 세 개 골랐는데 15페소이다. 한국돈으로 375원 정도. 빵 값이 진짜 싸다! 내일 아침으로 맛있게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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