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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여 Aug 23. 2024

'Yes or No'로만 답하라

  'Yes or No'로만 답하라는 얘길 삶 속에서 자주 접합니다. 가장 자주 듣는 출처는 뉴스입니다. 특히 국회 청문회나 국정 감사, 대정부 질문에서 일부 국회의원들이 질문하는 방식입니다. 정치 리더라 할 수 있는 그들의 모습에 익숙해져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들에게서 배운 것인지는 몰라도, 직장 안에서도 상사와 부하 직원 사이에 종종 벌어지는 광경이기도 합니다.  

  35년의 직장 생활을 마치고 퇴직이 임박한 지금 과거를 떠올려 보면 저의 상관들 중에서도 'Yes or No'의 답을 요구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때를 떠올려 보면 아직도 가슴 답답하고 숨막히는 느낌을 떨쳐 버릴 수가 없습니다.  그 분이 답을 요구할 때 실무자인 제가 결론 지은 답은 Yes도 No도 아닌 중간의 어떤 지대에 놓인 한 점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그가 'Yes or No'로 답할 것을 요구하니 참으로 곤욕스러웠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에 깃든 가치는 양 극단의 것만이 아니라 중간 지대에 존재하는 무수한 가치의 화소(픽셀)들이 스펙트럼으로 펼쳐져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Yes or No'로 세상을 바라보고 평가하는 것에 너무도 익숙해져 있습니다. TV를 켜면 간혹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밸런스 게임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두 가지 사항을 제시하고 반드시 그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는 게임입니다. 재밌게 보면서도 경직된 사고와 문화가 MZ 세대, 그리고 그보다 어린 세대들에게 부지불식 간 이분법적 습관에 젖어 들게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떨쳐낼 수가 없습니다. 사회 곳곳에는 다름을 인정하자는 다양성 존중의 목소리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국민들을 이끄는 정치인들부터 국민들이 추종하는 연예인들까지 이분법적 가치 선택을 가르치고 있는 셈입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국가와 사회의 인플루언서 위상에 놓인 정치인과 연예인들의 행위가 좀 더 신중해지면 좋겠습니다. 국민들도 좀 더 냉철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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