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편안한 마음을 느꼈던 나에게

수용받았던 나에게

by 탄고

함께 자주 시간을 보내던 회사 선배에게 스스로 어색함을 느낀 건 열흘이라는 긴 휴가를 마친 뒤였다.

분명 혼난 것도 아니고 어색할만한 일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나는 혹시라도 말을 잘못하지 않을까 내가 실수하지 않을까 선배도 휴가를 길게 가졌으니 호흡을 가다듬을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오전엔 일단 말을 걸지 말아 보자라고 생각하다 어느새 하루가 훌쩍 지나고 있었다.


선배 눈치를 보는 나를 눈치 보는 선배가 느껴졌다. 휴가 잘 보내셨어요? 하고 이 타이밍에 질문을 건네면 모든 게 해결될 터였다. 그러나 오전부터 꾸준히 유지해오던 조심스러운 내 태도를 지금 한순간 바꾸자니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와 같이 나도 좀처럼 내 마음을 잘 모르겠으며 하루에도 수많은 생각들이 오고 가는 때가 있다.

내가 그러했듯 이 경우 남들보다 관계에 대한 고민이 더 클 가능성이 높다.

아마도 내가 나 자신과 가깝지 못하고 나의 마음을 스스로가 잘 수용해주지 못하다 보니 어떤 관계도 편하다는 느낌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 마음도 생각도 복잡하다 보니 어떻게 무엇을 털어놓아야 할지 모르겠고 조금씩 얘기한다고 해도 그 마음을 상대방이 공감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먼저 든다.


그러다가도 문득 마음이 좀 편안하다 혹은 같이 있는 것 같다라고 느끼게 되는 관계들이 있다.


첫째는 나의 마음을 오랫동안 물어봐주고 궁금해준 사람이다.

나의 마음은 어떠한지 지금 나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무슨 일 있었던 건지 인사차 한두 번은 물어볼 수 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고 1년이 지나도 나를 계속해서 궁금해해 주는 사람. 나의 마음이 궁금한 사람에게는 내 마음을 이제 용기 내 열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고 내 마음이 비로소 수용되고 공감받는다는 기분이 들게 된다. 주변에 그러한 사람이 있다면 그분은 스스로의 마음도 감정도 스스로가 잘 들으려 하며 집중하려 하기에 지금 느끼는 마음과 감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아는 사람이기에 타인의 마음도 잘 물어봐주는 사람일 수 있다.


두 번째는 나와 같은 사람을 만났을 때이다. 생각이 많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늘 조심스럽고 예민하여 적당한 거리를 두고 지내는 사람을 만날 때면 그 마음이 너무나 공감이 된다.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너무나 잘 알다 보니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 사람이 지금 느끼고 있을 마음에 알맞은 언어적 비언어적 대처가 나오게 되니 서로 힘을 얻는 경우도 많다.

그러한 사람과 함께 있으며 힘을 얻는 가장 큰 부분은 내가 나를 바라보는 태도이다.

나와 같은 사람이 나 혼자일 때는 다수에게 맞추려고 내가 나로서의 모습을 잘 받아주지 않고 계속해서 더 주변에 잘 적응할 수 있는 모습, 사람들이 좋아해 줄 모습, 사람들이 떠나가지 않을 모습으로 맞춰가기 바쁘지만 나와 같은 사람이 내 옆에 있으며 내가 이상한 게 아니구나 나와 같은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또 있구나 하며 내가 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봐주고 수용해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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