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잘 해내야만 했던 나에게

앞날에 대한 불안함을 마주한 나에게

by 탄고

화요일 이른 아침, 계란과 조각 케이크를 아침으로 먹으며 아직 수요일 하루가 더 남았지만 벌써부터 목요일 출근할 것이 걱정된다고 나는 생각했다. 내게 있어 다가오지 않은 미래란 늘 불안이었다. 아직 오지도 않았고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만 항상 최악의 상황을 생각했고 나를 힘들게 하는 시간일 것이라 짐작했다.

새로운 곳에 갈 때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앞날에 대해서 그리고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은 나에게 불안감으로 다가왔다.





캐나다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을 때의 일이었다. 친구들과 다 함께 강당에서 점심을 먹던 중 각자 볼일이 있어 하나둘씩 먼저 자리를 일어났고 캐나다인 친구와 단둘이 남게 되었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먼저 이야기를 꺼낸 건 친구였다. 밝은 톤으로 내게 건네던 질문에 최대한 어색해하지 않게 표정으로 리액션을 먼저 해준 뒤 간단한 대답으로만 답변했다.


"Sure"

"Well, I think so"


친구 입장에서 듣기엔 너무 짧은 대답이어서 혹여나 자신과 대화하기 싫은가? 하고 생각하게 될 까 봐 최대한 다채로운 표정을 지어가며 대답해주었다. 대답이 짧았던 건 그저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내 영어 실력이 많은 말을 하기에 충분히 유창하지 못해서였다. 물론 아는 단어들을 다 꺼내보며 더듬더듬 말해볼 수는 있었지만 그 친구 입장에서 듣기에 완벽한 문장이 아닐 것이 분명해서이다. 하지만 이때 나는 고작 캐나다에 온 지 5개월 된 아시아인에 불과했다. 그들이 내게 얼마나 기대했겠는가. 그럼에도 나는 잘하고 싶었고 스스로에게도 그만한 기대치를 가지고 있었으며 그들에게도 영어를 잘하는 한국인이고 싶었다. 그래서 친구들을 만나기 전 몇 가지 문장을 미리 외워서 대화를 하다가 내가 말할 때가 되면 외운 문장을 방금 생각한 것처럼 유창하게 말하기도 했다. 문장을 다 마치고 친구들이 "oh yeah?" 하고 반응해줄 때면 마치 그날 하루를 다 끝낸 것만 같은 안도감이 들었다. 그러나 가끔 친구들이 "Sorry? what's that?" 하고 내가 한 말의 의미를 다시 묻거나 못 알아들었다는 의사표현을 할 때면 그 자리에서 굳어버리곤 했다.




아주 어릴 적부터 항상 잘해야 했고 잘한다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아온 입장에서 실수나 실패는 두려운 것이었고 이는 곧 주변 사람들을 실망시킬 거라는 생각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렇기에 준비되지 않은 앞날은 늘 내게 두려움이었다. 미리 준비되어 있어야 했고 준비한 대로 잘 해내야 했다.


아직 오지 않은 앞 날에 성공보다는 실패가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 수많은 실패를 거쳐서 몇 안 되는 성공을 맛볼 수 있다는 것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어쩌면 나 자신은 작은 착각을 스스로에게 되뇌며 믿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내 인생은 찾으면 마음이 뻥 뚫린 것처럼 시원한 그 어떤 인생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이며 나라는 사람의 인생은 행복해야만 한다라고 말이다.


다시 말하자면 인생은 많은 행복보단 많은 실패로 가득 차 있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내 삶이 행복해야 한다는 기대보다는 어차피 힘들고 어려울 내 인생을 내가 어떻게 이 끌어 갈 것이며 누구를 만나 어떻게 무엇을 통해 나를 계속해서 발전시켜 갈 것인가 어떻게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앞으로 마주할 많은 실수와 실패들을 조금은 당연하게 생각해주며 수용해주며 허락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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