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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피 3부작] 희망편_ chapter 2. 上

그 새끼를 버렸더니 개비스콘. 上

by 김대리

희망편_chapter 2. 그 새끼를 버렸더니, 개비스콘.



“너 너무 귀엽고, 같이 있으면 힘이 나서…

점점 더 같이 있고 싶어 져.”

이런 사탕발림에 넘어갔다.


그를 처음 만난 건 도서관이었다.

집에 있기 싫은 데다, 취업 자격증이라도 따자.

싶은 마음이었다.


그 뒤는 뻔하다.

길치인 나는, 책도 못 찾았다.

그가 찾아주었고 그렇게 연락처까지 받게 되었다.


나는 꽃 같은 갓 스무 살, 그는 스물여덟 인 예비역 취준생이었다.


사실, 예비역이라는 것이 놀라웠다.


그의 첫인상은,

흔히 말하는 ‘건강한 앙상함’이었다.

어깨는 슬픈 괄호였지만,

눈빛은 묘하게 자신감이 넘쳤다.

키는 나랑 비슷한데 나보다 몸무게는 적어 보였다.


요즘 너무 먹었나... 다이어트해야지.라고 생각하는 찰나,

“나 ○○대 나왔어.”

아 네...하고 웃었지만,

속으론 그 근처 떡볶이 맛집을 생각했다.


며칠 동안 그에게서 문자가 왔다.

처음엔 예의라도 차렸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내 반응은 심드렁해졌다.


슬슬 내가 연락을 안 하게 될 때쯤,

그는 갑자기 내게 전화를 했고, 당황한 나는 받게 됐다.

“아빠 차를 몰고 나왔어. 잠깐 나올래?"


나가지 말았어야 했다.


우리는 바다로 갔다. 카페도 갔다. 커피도 마셨다. 그는 문을 열어줬고, 의자를 빼줬고, 계산도 했다. 나는 생각했다.

'오 애쓰는구먼...'


밤의 자유, 해방감, 야경. 그 모든 게 나를 들뜨게 했고, 그때 그가 말을 했다.

“너랑 이런 데 오니까 좋다.”


들떠있었고, 야경이 아름다워 서였을까,

이 말이 무척 따뜻하게 들렸고,

내 마음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닷가 이후, 그는 날 볼 때마다 예쁘다 귀엽다 했다.

하루에 세 번씩 인사처럼.

나는 대답 대신 웃었다.


그리고 어느새, 우리는 사귀고 있었다.

사귀자고 한 적도, 사귀기로 한 적도 없는데.


사랑이란 그렇다.

시작은 애매한 구두로, 파기는 문자로.


내가 표현이 서툰 건지, 이런 애정표현을 안 해봐서인지, 그와 함께 있으면

내 입에서는 달콤한 말을 하지는 못했지만,

내 귀에는 캔디가 있었다.


솔직히 좋았다.

괜히 혼자 셀카도 찍어보고,

평소엔 거들떠보지도 않던 립스틱을 다시 꺼냈다.

작아진 옷들도 크롭티라며 우겨입고

미니스커트라며 숨도 참아가며

혼자 방에서 온갖 이쁜 척을 다 해봤다.


이래서 사람들이 사랑을 하는구나 싶었다.


사두고 한 번도 안 신은 구두를 꺼내 신고

거울 앞에서 ‘괜찮네’ 하고 웃었다.

처음엔 그의 달콤한 말을 더 들어보려고 한 시도가, 하다 보니 진짜 내가 괜찮아 보였다.


그때부터였다.

하루는 앞머리를 잘라봤고,

하루는 속눈썹을 붙여봤다.


내 유튜브 알고리즘은

많은 뷰티유튜버들을 소개해줬고,

늘어져있던 나의 옷장도 하나둘 바뀌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그냥 입는 거지 뭘”이던 내가,

누가 봐도 깔끔한 세미정장 스타일을 고수하게 됐다.

옷의 개수와 내 화장품의 개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그만큼 내 신용카드 명세서의 길이는 늘어났다.


그래도 계속 부족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뭔가 근본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걸,

무의식 중에 알게 된 걸까..

내 본연의 피부와 머릿결,

몸매까지 신경 쓰게 됐다.


보톡스도 맞고, 콧대도 좀 주사로 세웠다.

너무 과하지 않게, 여기까지만.

평소에 회사스트레스로 화가 난 피부를

화장품으로 가리기에 급급했는데,

마음먹고

스케일링부터 받고, 스킨부스터도 맞았다.


그렇게 나는 이뻐지고 있었다.

카드값 문자 알림은 무시해도,

내 거울 속 얼굴은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런데 ‘요즘 너 되게 예뻐졌다’는 말이

남에게 들으면 칭찬 같았고,

그에게 들으면 의무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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