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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피 3부작] 희망편_ chapter 2. 中

그 새끼를 버렸더니, 개비스콘. 中

by 김대리

희망편_ Capter 2. 그 새끼를 버렸더니, 개비스콘.


그의 말투가 바뀌었다.
예전엔 다정하게 웃으며 말하던 그가,
이젠 눈치를 살피며 말을 꺼냈다.
“오늘... 화장 좀 했네?”
“왜? 안 어울려?”
“아니, 그냥... 낯설어서.”

그래, 낯설겠지.

예전의 내가 아니라는 걸,
가장 먼저 알아채는 건,
언제나 옆에 있는 사람이다.

그는 예전보다 훨씬 더 열심히 나를 칭찬했다.
아침에도, 점심에도, 밤에도.
나에겐 그게 점점 입에 붙은 습관처럼 느껴졌다.
마치 “예쁘다”라고 하지 않으면,
내 옆에 있을 자격이 없다는 걸
본인도 알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어느 날부터 그는 운동을 시작했다.
맨 처음엔 그냥 산책이었다.

그러다 러닝화를 샀고, 헬스장에 등록했다.
단백질 보충제 사진을 보내며,
“이거 먹으면 복근 생긴다더라?”라고 물어왔고,
항상 아령을 할 때면 "갑빠", "갑빠"라고
호령을 붙였다.


정말 옆에 있기 싫었다.

그는 달라졌다.
말수가 줄었고, 눈치가 늘었다.
스스로를 벗겨낸 자리에
어설픈 ‘자기 계발’이 들어섰고,
나는 더 이상 그가 편하지 않았다.

그는 아직도 나를 좋아하는 눈빛이었지만,
그 속엔 이상한 초조함이 깔려 있었다.
마치 기울어진 저울을 애써 되돌리려는 사람처럼.

그리고 운동을 시작한 그의 말투엔 이상한 기세가 섞이기 시작했다.
칭찬은 줄고, 평가가 늘었다.

“요즘 너는 좀 과하게 꾸미는 것 같지 않아?”
“그 립스틱 색은 좀… 야한 느낌?”
“그런 치마는 나랑 있을 땐 좀 아닌 듯.”
그는 점점 더 자기 기준을 내게 강요했다.

내가 입는 옷, 쓰는 화장품, 찍는 사진, 다 그의 허락 아래 있어야 할 것처럼 굴었다.

'니가 뭔데?'

예전엔 나를 ‘예쁘다’고 하던 사람이,
이젠 ‘그렇게 입지 말라’고 말했다.

'아, 그러니까 니가 뭐라도 되냐고.'

내가 변하자,
그는 자신도 변해야 한다며 조급하게 움직였다.
근육을 키우고, 어깨를 넓히고, 자존감을 회복하는 척했다.

하지만 그 자존감은 오로지 내 위에 서는 것으로만 증명되길 바랐다.

“요즘 너, 나보다 잘 나가는 거 같더라.”

'응. 맨날 출근해야 하니까 밖으로 잘 나가지.'

“그래도 남자는 남자야. 여자는 남자 옆에 있을 때 더 예뻐야지.”

'자, 그럼 너도 이제 잘생겨져 봐.'

“넌 예쁘긴 한데… 혼자 너무 튀면 안 돼.”

'네 근육이나 어서 튀어나오라고 해.'

나는 점점 숨이 막혔다.
그의 사랑은 집착이었고,
내 위에 서고 싶은 욕망이었다.




그렇게 아슬아슬한 관계가 지속되고 있을 때,
회사 고객님에게 뮤지컬 티켓을 선물 받았다.
금요일 저녁 시간이었다.

뮤지컬이라니.
출근할 때부터 살짝 설레는 마음이었다.
어쩐지 나를 위한 하루 같았고, 그래서 더 예쁘게 입고 싶었다.

그에게 뮤지컬 티켓이 생겼다고 같이 가자고 말했을 때,
작품에 대해 잘 알길래, 내심 기대했다.
명문대 나왔으면, 센스도 있겠지. 알아서 잘 입고 오겠지?

나는 단정한 원피스를 입고, 머리를 말리고,
미리 사뒀던 립스틱을 꺼내 발랐다.
꽤 예뻤다. 내 기준에선. 충분히.

그리고, 그를 만났다.

“...진짜 그 옷 입고 온 거야?”

나도 모르게 그렇게 말했다.
남자는 낡은 흰색 스니커즈에,
늘어난 반팔 셔츠,
청바지는 무릎이 나와 있었다.

이상하냐는 그의 말에,
'안경을 맞춰줘야 하나...' 생각했다.
그의 얼굴을 다시 보고...

'그래, 안경이라도 써야 얼굴이 좀 가려지네.'
안경 정도는 사주리라 다짐했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말했다.
"넌 왜 이렇게 힘줬어? 나 말고 누구 만나?"

갑작스러운 말에 순간, 웃음이 뚝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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