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잃고 나는 영혼의 무게가 줄어든 느낌이었다. 바로 서 있어도 폭풍 속에 간신히 버티고 있는 것 같았다.
그때는 여름의 자신감이 최고조에 오른 시기였다. 짝짓기의 신호인 매미의 울음마저 덥다고 아우성을 치는 것 같았다. 에어컨의 가호를 받는 아래, 나도 덩달아 울고 있었다. 그야 아이가 보고 싶어 죽겠으니까. 집안 곳곳에 아이의 흔적이 묻어있어 미칠 노릇이었다.
집을 나가야 했다. 어릴 적에 아토피를 심하게 앓았던 나는, 여름을 끔찍이 여겨 절대 에어컨의 은혜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 아늑했던 집이 이제는 감옥처럼 느껴졌기에 벗어나야 했다. 집순이, 더 나아가 방순이인 내가 집이라는 공간이 순식간에 불편해졌다. 아이가 없는 집은 너무나 삭막했기 때문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백팩에 책과 잡동사니를 욱여넣은 후 목적지도 정하지 않고 대뜸 현관문의 문고리를 꼭 잡았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아이를 두고 떠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아이는 이제 이 세상에는 없지만... 아이의 영혼은 평소 좋아하던 소파 자리에 누워 새근새근 자고 있지 않을까.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이 들었다.
크게 도리질을 쳐 잡다한 생각을 털어내고, 문고리를 힘껏 비틀었다.
"어디를 가야 하나..."
입은 고민하는 듯 망설이는데, 발걸음은 답을 알고 있다는 듯 거침없었다. 발걸음을 따라가 보니 달래와 자주 가던 동네의 한 공원에 도착했다. 달래랑 주로 앉아있었던 공원 벤치에 천천히 다가갔다. 등에 태양의 뜨거운 열기가 감싸듯 번졌다. 이상하게 그 열기가 불쾌하지 않았다. 나를 안아주는 것 같았다.
'괜찮니?'
태양이 물었다. 나는 대답 대신 벤치에 앉았다. 그리고 달래가 앉았던 자리를 쓰다듬었다.
'언제쯤 괜찮아질지 나도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