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드디어 고대하던 안드레아 보첼리 공연을 가게 됐다. 한국에서는 이런 오페라 공연이 있으면 그날 어떤 곡이 연주되는지에 대한 정보가 책자라든지 온라인 웹페이지를 통해 주어지는데, 미국에서는 최근 두 번의 공연을 가는 동안 공연의 연주곡에 대한 정보를 받아볼 수가 없었다. 공연에서 정말 좋은 노래가 나왔을 때, 그 노래의 제목이 뭔지를 모르는 순간은 너무나 안타깝다. 뭔가 까막눈이 돼서 앉아있는 느낌이랄까.
공연은 전반적으로 너무 좋았다. 이 공연에서 그는 특히 오페라를 많이 불렀는데, 63세의 중년의 아저씨라 감히 말할 수 없는 힘센 테너로써의 기량을 맘껏 발휘했다. 소름 끼치게 좋은 순간들이 너무 많았다.
이날 특히 많이 부른 노래는 자코모 푸치니의 곡들이었는데, 같이 공연을 한 소프라노 여성분의 솔로가 사실 제일 기억에 남는다. 그 이유는 내가 이 솔로 곡으로 부른 푸치니의 토스카- Vissi d'arte부분을 결혼식 날 아침에 몇 번이나 들었기 때문이다. 갑자기 결혼식 날 아침이 떠오른다. 나는 2014년에 결혼을 했는데, 내가 좋아서 한 결혼임에도 결혼식 당일 아침은 기분이 꽤나 묘했던 것 같다. 내 인생에 하나의 큰 기록될만한 날인데, 이 새 시작에 대해 나 스스로 과연 제대로 준비되었나에 대한 결론이 마음속에 아직 없었고, 막상 아침에 일어나 보니 그냥 어제와 다를 바 없는 똑같이 조용한 하루였던 것이 썩 상쾌하진 않았던 것 같다. 결혼- 그거 해보니 별거 없더구먼.
나는 유학을 거의 마칠 쯤이어서 결혼식만 하기 위해 결혼식 며칠 전 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갔고, 남편은 일 때문에 중동에서 한국으로 들어와 같이 시댁에서 머물며 결혼식을 기다리며 지냈다. 11시 예식이라, 나는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준비를 시작했다. 샤워를 하고 시댁에 앉아 대기하면서, 나는 이 푸치니의 토스카를 몇 번이나 들었다. 노래 자체가 굉장히 무겁고 슬프고, 사실 결혼식에는 어울리지 않는 처절한 노래인데, 아침부터 나는 이 노래에서 끊임없이 몰아치는 높은음에 정신적으로 기대어 속으로 절규를 해댔다. 시어머니는 그런 나를 ‘뭐 저런 기괴한 아이가 있나’ 하는 눈으로 쳐다보셨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결혼해야 하는지를 몰라 갈팡질팡 하느라 나도 정신줄을 놓고 있었던 것 같다.
어제 막상 이 노래를 오래간만에 다시 들으니, 결혼하던 몇 년 전이 생각나고, 오늘의 나는 더 이상 이 절규의 노래가 절규로 안 들리는 것이, 절규할 것이 없음에 마음에 꽤 여유가 생긴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결혼식 날 시댁에 앉아 처절한 이 노래를 듣던 어렸던 내가 생각난 그 순간에 피식하며 웃는 내가 되게 따듯한 어른처럼 느껴졌다.
(photo by Andrea Bocelli Official- instagram)